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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申年 맞아 역사 속 잔나비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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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4년 새해 갑신년(甲申年) 원숭이의 해를 맞아 오는 31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갑신년 잔나비 띠' 기획전이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청동제십이지추'를 비롯해 총 40여점에 이르는 12지(十二支) 및 그 중 하나인 원숭이 관련 유물이 선보인다.

원숭이의 별칭 혹은 옛말인 잔나비는 '재다'('날쌔다'라는 뜻)라는 동사와 '납'(원숭이)이라는 명사가 합쳐진 것. 이같은 이미지는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원숭이는 어리석은이나 덜렁댐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개, 저녁에 네개 준다고 불평하던 원숭이가 아침에 네개, 저녁에 세개 준다 했더니 좋아하더라는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예로 들 수 있다. 때로 원숭이 띠의 의미가 담긴 12지의 신(申)은 재앙을 막아주고 소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출품작 중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인 원숭이탈(근대)은 봉산탈춤에서 신장수를 조롱하는 역할을 하는 원숭이를 묘사한 것이다. 장서각 소장 '시헌서'(時憲書.1894년)는 1백20년 전인 갑신년(甲申年) 관상감에서 발간한 책력으로 연월일에 간지를 병기하고 있다. 역사 속의 갑신년을 달력을 통해 되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신정심상소학'(新訂尋常小學.1896년)은 먹이를 탐하다 덫에 걸린 원숭이의 예를 통해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적고 있다.

경주의 김유신묘에서 12곳 각 방향을 맡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12지 동물상 탁본도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양대박물관 소장 '철제은입사함'(조선후기)에는 원숭이가 복숭아를 따 먹는 도안이 묘사돼 있다. 02-734-1346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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