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세상보기] 포경 수술에 대한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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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코를 후비는 어린이가 있다고 하자.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이 어린이가 게으르다고 해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설상가상으로 침까지 많이 흘린다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다. 포경수술 시키면 된다! 아내가 히스테릭하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것 또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남편을 포경 수술시키면 된다. 자위행위를 많이 하거나 지나치게 성욕이 강한 남자 역시 포경수술 시키면 간단히 해결된다. 간질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위에서 든 예들은 말이 안 되어 보이지만 미국에서 186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국제학술지'에 엄연히 게재된 연구결과들이다. 포경수술한 남자는 전 세계에 20% 미만이고 그 대다수가 이슬람교도다. 이들을 제외하면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포경수술의 비율은 1% 정도이고 의학적 이유가 있을 때 시술된다. 예외는 있는데 바로 미국.한국, 그리고 미국의 유일한 식민지였던 필리핀이다. 한국의 포경수술은 미국의 군정과 함께 시작됐다. 미국은 패전국 일본과 독일에서도 '위생에 좋다, 청결에 좋다'면서 포경수술의 도입을 시도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패전국과 '식민지'의 자긍심은 달랐다.

미국은 포경수술에 관한 한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미국 의사들은 지난 1백50년간 포경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수없이 바꾸었지만 필요하다는 '결론'만큼은 절대로 바꾸지 않았다. 간질이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던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는 간질을 치료한다고 포경수술을 선전했으며 20세기 중반에는 자궁암을 예방한다고, 요즘은 에이즈를 예방한다고 주장하면서 열심히 논문을 발표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논리적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포피가 자궁암을 유발한다면 포경수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본의 여성들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명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 포경수술이 에이즈를 예방한다면 어떻게 미국에 에이즈 환자가 그렇게 많은가? 청결과 위생도 그렇다. 남자가 성기에 수술을 해야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면 여자는 무엇을 잘라내야 하는가? 입 냄새가 나면 입술을 잘라내면 되는가?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청결'을 이유로 행해지는 여성 포경수술은 유엔이 지정한 인권유린 행위다. 남자 아이들의 포경수술이 인권유린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은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에서의 유대인 파워 덕분이라고 하는 말을 유대인 자신들이 하고 있다.

그럼 왜 미국인 의사들은 맹목적으로 전 세계를 포경 수술시키고 싶어 하는가? 여기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로널드 골드먼 박사에 의해 발표됐다. 포경수술 받은 '아이'가 옆의 '아이'에게 수술 받으라고 '강요'하고 안 했다고 놀리는 것은 결국 자기가 상처받은 만큼 남도 괴롭히고 싶어 하는 보상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전공 선택과 포경수술 여부의 관계와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2년 전 영국비뇨기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과.내과 개업의들의 포경수술 비율은 50% 정도인데 비해 외과수술 계통 의사의 포경수술 비율은 90%에 달했다. 우리나라 일부 의사들의 선택적 무지에 빛을 밝혀주는 흥미로운 결과다.

우리가 미국 '아이'들의 보상심리에 말려들어간 유일한 나라일 필요는 더 이상 없다. 미국에서도 이스라엘에서도 포경수술 비율은 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경수술이 없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허준도, 변강쇠도, 이순신 장군도, 히딩크도, 박정희도, 우리나라 남성의 50%도, 우리나라 여성도 포경수술 받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 우리 아이들을 포경수술로 괴롭히지 말자. 포경수술에 대한 진실을 알면 우리 아이들은 이 멍에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돈 벌면서,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진정한 '반미'를 하면서 애국해보자.

김대식 서울대 교수.고체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