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오른팔」서 홀로서기 강재섭(의원탐구:15)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자 탈당바람 “쐐기”/정치적 명분­인간관계 사이서 고민하다 잔류선언/박 의원과는 3당통합후 “삐걱”
박태준 전민자당최고위원의 탈당선언에 이어 박철언의원 등 현역의원 5명의 탈당으로 당내 동요가 극심하던 15일 오전 10시30분. 후속 탈당 1순위로 꼽히던 강재섭의원이 여의도당사 기자실에 모습을 나타내자 기자들은 일제히 『탈당발표냐』고 물었다. 강 의원은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명분과 의리,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이 시점에 탈당하는 것은 국민적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당 잔류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영삼총재는 이 보고를 받자 『강 의원은 역시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했고 박철언의원측은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의원의 잔류선언은 탈당바람을 잠재우는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민자당 수뇌부에서 『더이상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반면 박철언의원으로서는 자신의 탈당 바로 다음날 행해진 강 의원의 잔류선언은 신당추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토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당참여와 정계일선후퇴를 저울질하며 포항에 머물고 있던 박태준최고위원이 신당 불참결심을 한 결정적 계기가 강 의원의 신당불참선언 때문이었다는 설도 나돌 정도였다.
강 의원은 『박 의원에게는 정말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며 『구구한 변명따위는 하고싶지 않다』고 각종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있다.
박 의원과 강 의원은 경북고 7년 선후배사이로 80년 신군부등장후 청와대와 안기부에서 계속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6·29선언의 막후 실무자역할을 했으며 87년 대선때 월계수회를 만들어 노태우후보의 당선에 많은 역할을 했고 남북대화의 밀사로 함께 여러차례 평양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13대국회에 전국구로 입문,3당합당이후 당기획조정실장의 중책을 맡는 등 박 의원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왔던게 사실이다. 박 의원의 탈당과 강 의원의 잔류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박­강을 한묶음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3당 통합이후 계속된 당내갈등 과정에서 강 의원이 항상 박 의원에게 제동을 걸어왔으며 지난 5월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직후부터는 정치적 노선마저 달라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박­강의 결별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강 의원은 이번 선언으로 항상 자신의 이름뒤에 따라다니던 「박철언의 오른팔」「월계수회 2인자」라는 짐을 떨쳐버리고 홀로서기에 나선 셈이다.
강 의원은 그러나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명분이야 어떻든 의리를 저버린데 대한 비난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심경으로 당에서 제의한 선거대책위원회의 중책도 거부했다. 자리나 명예때문에 당에 남기로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강 의원은 박 의원과의 향후 관계에 대해서도 『앞으로 두고보면 알 것』이라며 박 의원에 대한 당내 비난을 앞장서 막을 뜻을 비췄다.
서울대 법대 4학년때 사법고시에 합격,광주·부산·대구·서울에서 검사생활을 거쳤으며 80년 청와대 정무·법무비서관으로 들어간 것이 강 의원의 인생에 전환점이다. 당 기조실장 시절에는 날카로운 판단력과 뛰어난 분석력에다 누구에게나 겸손한 인간관계 덕분에 박 의원과 대립관계에 있던 김 총재와 김윤환 당시 사무총장,박태준최고위원 등으로부터 두루 신망을 얻었다.
또 민정당시절 청년자원봉사단 단장과 민자당 기조실장을 거치면서 당청년조직과 사무처요원들과도 두터운 인간관계를 형성해 놓고 있어 그가 탈당했다면 청년조직과 사무처 일각이 무너졌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강 의원이 잔류를 결정하게 된 것은 『반양김정서가 50%이상 되는 현시점에서 국민들에게 제3의 선택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으로 나설 인물도,추진할 세력도 없다』는 판단때문이었다고 한다.
잔류선언 직후 쇄도하는 전화를 피하고 3일간 용인으로 잠적했던 강 의원은 당분간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고 조용히 엎드려있을 계획이다.<김두우기자>
□강재섭의원
▲경북 의성출신(44세) ▲서울대 법대 ▲사시합격(12회) ▲광주·대구·부산지검 검사 ▲청와대 정무·법무비서관 ▲13대(전국구)·14대(대구서을)의원 ▲민자당 기조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