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파 씨<서울방송 농구단 감독>|묵은 단복 평상복으로 입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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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말쑥한 차림에 깨끗한 매너로「코트의 신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신동파 씨(49·서울방송 농구단감독). 신씨가 한국최고의 골게터 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가 체육계에서 손꼽히는 근검주의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농구인 들은 신 감독을「단복의 사나이」라고 부른다.
과거 80년대 태평양 감독시절 여자 대표 팀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농구협회가 감독용으로 맞춰준 대표 팀 단복을 양복대신 평상복으로 입고 다닌다해서 붙은 별명이다.
지금 신 감독 집 장롱에 걸려있는 10벌 남짓한 양복 중 6∼7벌이 단복이라는 사실로도 그의 근면성을 알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신 감독이 말쑥하게 보이는 것은 1m 89㎝의 훤칠한 키와 말끔한 용모 때문일까.
그의 근검절약정신은 현재 서울방송 팀의 숙소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땀을 많이 흘리는 한창나이의 젊은 선수들이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고기를 많이 먹어야겠지만 음식을 남겨서 버리게 되는 날에는 주무나 식당아주머니한테 영락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신 감독의 한달 용돈은 30만원 내외. 이 돈도 퇴근 때 집에 사 가지고 들어가는 과일이나 과자 값이 대부분이고 자신은 건강을 이유로 지난해 술을 끊은 이후 특별히 돈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코오롱 농구팀의 정주현 감독은 신 감독을 가리켜『근검이 몸에 밴 사람』이라며 아울러 『빈틈이 없는 틀림없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운다.
오늘날까지 수 십 년간 친하게 지내오지만 단 한차례도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치밀함은 특히 바둑(아마 3단)·장기 등 잡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한 수 두는데 수분씩 걸려 상대가 안달하다가 패착을 두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지기 싫어하는 승부의식에서 비롯됐다고도 하나 본인은「정확한 게 최고」아니냐고 주장한다. 이점이 신 감독을 한국 최고의 슈터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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