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차 투표 압도적 승리 이끈 사르코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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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대선에서 승리한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이 10일 실시된 총선 1차 투표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사르코지에게 성장을 통해 '프랑스병'을 고치라는 수술 면허가 주어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르코지가 이끄는 집권여당 대중운동연합(UMP)은 17일 치러질 총선 2차 투표까지 감안할 경우 하원 전체 의석의 80%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인 CSA는 총 577석 가운데 UMP가 440~470석, 사회당이 6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의석은 UMP가 359석, 사회당은 149석이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가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각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1차 투표의 특표율은 UMP가 40%, 사회당이 24.7%를 기록했다. 의석 수 차이는 훨씬 크게 벌어진다. UMP는 1차 투표에서 93명의 후보가 과반을 득표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반면 사회당은 1석뿐이었다.

UMP는 애초 "사르코지의 개혁에 힘을 실어달라.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400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1차 투표가 끝난 지금 '잘하면 500석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UMP의 대승은 사르코지 개혁정책에 대한 신임장으로 풀이된다. 사르코지는 취임 직후부터 복지와 분배 위주의 '프랑스병'을 치유, 강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리고 한 달여 동안 착실히 공약을 이행해 왔다. '작은 정부' 구현을 위해 이미 장관직을 대폭 축소했고 단계적인 공무원 감축 구상도 밝혔다. 국민의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개인 납세 상한선을 소득의 50%로 낮추고, 부동산 취득세를 감면하겠다는 후속 조치도 발표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번 취직하면 평생을 보장받는 프랑스식 고용 시스템에 손을 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주당 35시간 근로제도에 대한 탄력적인 운영 방침도 추진하고 있다. '더 일하고 더 벌자'는 이런 정책에 대해 노조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은 "우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들은 다수의 유권자가 대통령을 견제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그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자는 쪽이다.

2차 투표에서 예상대로 UMP가 대승을 거둘 경우 사르코지의 개혁은 법인세 인하는 물론 사회보장제도 수정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2차 투표=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 실시된다. 2차 투표는 1차에서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끼리 17일 다시 격돌해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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