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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시엘라 버네티균 「원인 모를 병」의 ″주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그동안 원인불명으로 알려져 왔던 각종 질환들이 콕시엘라버네티 (Coxiella burnetii) 란 균에 의해 발생된다는 연구들이 최근 속속 보고되면서 이에 대한 예방과 주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콕시엘라 버네티란 크기가 0.3∼1μm정도 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중간크기 병원체.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이에 대한 연구가 최근일부 의학자들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면서 털세포백혈볍(혈액암), 척수염, 큐열 등의 원인으로 밝혀져 의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혈병은 피 속의 백혈구가 어떤 원인에 의해 무한 증식하는 불치병. 털세포백혈병이란 원인균에 의해 B임파구가 털이 난 세포로 변형돼 붙여진 이름이다. 척수염은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신경근육과 배뇨작용 등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이며 큐열은 심한 두통과 오한·고열·전신무력감 등을 동반한 급만성 열성질환이다.
콕시엘라버네티가 국내 의학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연세대의대 이원영 교수(미생물학)가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털세포백혈병의 원인이 바로 콕시엘라 버네티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워낙 획기적인 내용이라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이 연구는 최근 열린 소아과학회에서 건국대의대 김교순 교수(소아과)가 털세포백혈병으로 진단된 여아에서 이 균을 검출하고 항생제 투여만으로 완치됐다는 보고를 함으로써 완벽히 증명이 됐다.
또 연세대의대 정기섭 교수팀은 혈액암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18명의 환자로부터 이 균이 검출됐다고 밝혔으며, 울산대의대 황연미(신경과) 서대철(진단방사선과)교수팀은 그간원인을 전혀 알 수 없던 척수염환자에서 이 균을 검출, 항생제로 치료해 완치됐음을 보고했다. 황 교수는 이 연구를 「신경학」이란 세계적인 잡지에 제출, 올 연말에 게재 될 예정인데 올 봄 이교수가 존스 흡킨스 대학에서 발표, 큰 반향을 일으킨 것과 같은 반응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질환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콕시엘라 버네티는 소나 고양이·토끼·돼지·쥐 등 각종 동물의 젖이나 배설물·양수 등에 다량 존재하는데 공기 중에 날아다니다 호흡을 통해 감염돼 세포 내에서 살게된다. 특히 이 균은 10만개이상의 균에 감염돼야 질병을 일으키는 다른 세균과는 달리 단 하나에만 감염돼도 병을 일으키는 무서운 근이다.
이 교수는 『이 균에 감염되면 건강한 정상인의 경우 급만성큐열에 걸리며, 만성큐열인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심장염이나 폐렴, 간의 부종이나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면역력이 약한 경우 털세포백혈병과 같은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암환자의 경우는 질병을 악화시켜 패혈증 등으로 급작스런 죽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다만 이 균에 의한 감염이 확진되면 테트라사이클린이나 리팜핀 등의 항생제로 쉽게 치료되며 국내엔 예방백신이 아직 없다.
현재 이 균은 전 세계에서 전 인구의 25%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 되고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91년 이전에는 이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어 보고된 예가 없었다.
이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연구에서 이제까지 밝혀진 질환 외에도 각종 암과 관련돼 있다는 경이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호재의 결과만으로도 ▲암환자▲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수혈을 받는 사람▲정체불명의 열로 시달리는 이들은 반드시 이 균의 검사를 받아보고 만일 균이 검출될 경우 항생제로 먼저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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