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토끼눈,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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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인 술자리, 한잔 두잔 주고받은 술잔에 수다도 넘쳐나고 취기가 잔뜩 오를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얼굴의 빨간 불청객.

빨갛게 변한 얼굴색은 쉽게 가실 줄을 모르고 도리어 눈까지 빨갛게 충혈 된다.

술이 몸에 잘 받지 않은 사람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 잘 일어난다. 술자리에서 빨간 얼굴에 토끼눈으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을 한두 명쯤은 꼭 볼 수 있다.

술을 마셔서 눈이 빨갛게 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안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경우, 술을 마셔서 눈이 충혈 되면 그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술만 마시면 토끼눈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이는 술에 포함된 아세트알데히드 성분때문”이라며 “이 성분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혈관을 확장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을 해독하는 성분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술을 먹고 난 뒤 얼굴이 빨개지는 정도가 심하게 되는데 눈의 충혈도 이와 같은 이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술을 마셨을 때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심장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강하고 빠르게 촉진시켜, 눈 안에 있는 모세혈관도 확장시켜 빨갛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마누바세안과 도송준 원장은 “음주가 직접적으로 눈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면서도 “간혹 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시신경이 손상돼 차츰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인 녹내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술이 안압을 높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음주를 삼가야한다”고 조언했다.

눈과 시신경의 혈류 흐름이 늦어져 녹내장이 생긴 사람이라면 특히 과음하게 되면 눈에 필요한 혈류의 공급이 적절치 못해서 녹내장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초기 녹내장이라 하더라도, 술을 마신 후에는 눈이 쉽게 충혈 되는 원인이 되므로 술에 의한 것인지, 녹내장의 전초 증상인 것인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짐과 동시에 눈이 빨개지는 사람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술이 잘 받지 않은 체질로 설명될 수 있지만, 만약 술을 마신 후 눈을 비벼 분비물 많아진 상태라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술자리에서 눈을 습관적으로 비비게 되면 눈의 분비물이 끈끈하게 나오고 흰자위가 붓기도 하며, 충혈 되고 이물감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충혈감이 하루정도 지속되면 아직 눈 안의 모세혈관이 확장돼 있다는 뜻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 병원 장재우 교수는 “확장된 혈관 때문에 간지러울 수 있는데 술 취해서 눈을 비비는 이러한 행동은 특히 각막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안질환이 없는데도 술을 마신 다음날 눈이 충혈 되는 것은 전체적으로 혈관이 확장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과음이 지속되면 만성적으로 눈의 안압이 올라가 있을 우려다. 이에 전용준 원장은 “알코올 중독자인 사람의 경우 눈의 충혈감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음은 몸을 불게 하기 때문에 눈물이 과다 분비되면서 눈곱이 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평소 녹내장과 같은 안질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음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술만 마셨다하면 눈이 빨개지는 사람 또한 술이 받지 않은 것을 뜻하므로 자제해서 조금만 마시도록 해야 한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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