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기 “개혁파의 기수”/중국지도부 사라지는 별 떠오르는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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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9세 호금도·군실세 유화청 눈길/양상곤·만리·송평 일선퇴진 확실
18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제14기 전국대표자대회(14전)를 계기로 당정지도부에 대한 본격적인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이끌고갈 「실세」들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4전이 중앙위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로 원로세대를 퇴진시킨데 이어 19일 열린 재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4전 1중전회)는 최고권력기관인 당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정치국·중앙서기처·중앙군사위 등 권력핵심부에 일대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위개편에서 개혁의 실적이 뛰어난 지방지도자,이론과 실무경험을 갖춘 실무관료,당의 안정에 불가피한 군간부,반환을 눈앞에 둔 홍콩의 실무책임자들을 중앙정치 무대에 대거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 심화 및 확대임무를 부여받은 신지도부중 가장 주목끌고 있는 대표적인 세력은 이번 지도부 개편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한 주룽지(주용기)부총리,류화칭(유화청) 중앙군사위부주석,후진타오(호금도) 전 티베트자치구서기 등 3명.
이중에서도 「개혁파의 기수」 「중국의 고르바초프」로 불리는 주용기부총리의 초고속 승진은 향후 지도체제 개편 방향을 가늠케한다는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3기 당대회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에 머무르던 그가 중앙위원·정치국 후보위원·정치국원 등 3단계를 건너뛰어 일약 정치국상무위원으로 진입한 것은 중국 공산당 역사상 유례없는 인사임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4월 제7기 전인대 4차 전체회의에서 상해시장(88∼91년)에서 일거에 부총리로 승진한 사실을 감안하면 주 부총리는 당정에 걸쳐 자신의 입지를 대폭 강화하는 비약적인 도약을 한 셈이다.
이는 내년봄 단행될 정부직개편에서 리펑(이붕)총리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주 부총리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그간의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중국 지도부가 장쩌민(강택민)총서기­이붕총리체제에서 강택민­주용기체제로 대체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8년 고 마오쩌둥(모택동)의 고향인 호남성 장사태생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고학으로 47년 명문 북경 청화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으며,대학 3년때인 49년 공산당에 입당했고,문혁때 곤욕을 치르다가 75년 복권해 국무원 석유공업부산하기관 부주임으로 복직했다. 이후 국가경제위 처장·부국장,기술개조국장을 거쳐 83년 국가경제위 부주임으로 승진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으며,88년 상해시장을 맡아 포동경제특구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등 탁월한 경제실력을 발휘해 등의 신임을 받았다.
주 부총리와 함께 이번 개편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호금도 전 티베트자치구서기도 21세기 중국을 이끌고갈 「떠오르는 별」로 각광받고 있는 인물. 49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것도 이례적인 일이며,티베트자치구 서기직을 포기하고 지난 여름부터 등소평·강택민의 휘하에서 14전 준비작업에 뛰어들 만큼 등의 신임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42년 안휘성 적계현 태생으로 청화대를 졸업했으며,대학 재학시 공산주의 청년단 활동을 하다,64년 공산당에 입당했다.
정치국 상무위원겸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으로 선출된 유화청은 해군출신으로 항일전 초기부터 50년대초 서남군구시절까지 줄곧 등소평을 보필해온 등의 핵심참모로,군부내에서 개혁정책에 대한 보가(황제호위)운동에 앞장서 왔으며,양상쿤(양상곤)­양바이빙(양백빙)형제에 의한 「양가군」의 군에 대한 지배를 종식시키고 그로 하여금 군을 장악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 3인과 함께 이번 지도부개편에서 정치국원으로 진입한 우방궈(오방국) 상해시서기,셰페이(사비) 광동성서기,장춘윈(강춘운) 산동성서기,탄샤오원(담소문) 천진시 서기 등 개혁개방 실적이 뛰어난 지방지도자들도 향후 중국 정치의 핵으로 떠오르는 예비후보들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양상곤국가주석,완리(만리) 전인대상무위원장,쑹핑(송평),야오이린(요의림) 등은 정치국상무위원직 또는 정치국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중앙위원에서도 탈락함으로써 일선에서 퇴진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에 보수파로 지목돼온 우쉐첸(오학겸)부총리,양루다이(양여대) 사천성서기,리시밍(이석명)북경시서기,친지웨이(진기위)국방부장 등의 퇴진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이데올로기 선전분야를 맡아온 왕런즈(왕인지)당선전부장,가오디(고적)인민일보사장,허징즈(하경지)국무원문화부장서리 등 3명도 모두 퇴진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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