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농민단체 활동 보장/김대중민주대표 국회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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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 우리는 참으로 중대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이제부터 2개월에 걸려 있습니다. 전진이냐,좌절이냐의 기로에 있는 것입니다.
국내적으로 30년에 걸친 군사통치가 이제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가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9·18선언은 참으로 용기있고 현명한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생각하며 중립내각의 중책을 맡아주신 현승종총리의 성공을 빕니다. 9·18선언의 직접적인 동기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진실을 고백한 한준수 전군수의 용기있는 행동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합니다.
노동자·농민단체들이 합법적이고 질서있는 가운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습니다. 우리 당은 민주주의를 서구사회처럼 완벽하게 할때만 북한 공산주의에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우리 당은 이기는 반공을 주장해 왔고 역대 군사정권은 지는 반공을 강행하다가 아직도 공산당에 자신있는 나라를 못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밀실에서 만들어진 민자당 33개월은 결국 이 나라 민주주의를 좌절시켰고 우리 경제는 깊은 불경기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교통·환경·치안 모든 분야가 나빠졌습니다. 한국병은 다름 아닌 민자당 병입니다. 민자당의 재집권을 막는 길만이 이 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면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겠습니다. 과거를 묻지 않겠습니다.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겠습니다.
요즈음 세간에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뉴DJ플랜」은 결코 미소나 짓고 부드러운 말씨로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민주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더불어 잘사는 사회속에서 대화합을 이루는 정치,그것이 바로 「뉴DJ플랜」이 지향하는 정치의 목적입니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믿을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우리 당은 물가안정을 모든 경제시책 중에 최우선해 집권 2년내에 선진국 물가수준인 3%선으로 안정시킬 것을 약속합니다.
추곡수매가를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준으로 올리고 전량수매를 실현시키도록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쌀 수입의 개방을 어떤 일이 있어도 막고 농지세와 수세를 폐지하며 농가 부채의 대폭적인 감면을 반드시 실현하겠습니다. 근로소득자의 세금을 현행 최고 50% 세율로부터 30%로 감세하고 여성과 청년 각료들을 대폭 기용하며 선거연령을 18세까지 낮춰 젊은이들의 순수한 생각을 국정에 반영할 것입니다.
이번 정기국회 예산심의에서 우리 당은 정권말기 의혹사업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권력유지 및 선심성 예산 등을 없애고 이 돈을 교통난 해소나 소외계층 복지 등 시급한 민생해결에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번 간첩단 사건 발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선 저는 저의 사무보조원 이근희가 이 문제에 관련돼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의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우리 국민 모두 민주적 자유를 누리고 더불어 잘사는 「대화합의 세상」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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