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생들 절반이 가출·자살충동 느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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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버지와 식사 한주 한번도 못해” 25%/어머니들 늘 피로… 정신과병원도 찾아
「시험기계」가 돼버린 대입 수험생들. 이들은 부모와 함께 식사할 기회조차 없다.
대부분은 고민이 있어도 마땅히 의논할 곳도 없고 가출 충동,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
부모들도 입시전쟁을 치르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을 앓고 있으며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 시달린다.
한국사회학회 가족·문화연구회(회장 이동원교수·이대사회학)가 서울 및 수도권지역 고교 3년·재수생 등 수험생 1천3백명과 이들 부모를 대상으로 8월25일부터 9월15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입시 위주 교육으로 가족 구성원간에 긴장·갈등이 심화,가족구조의 해체현상까지 빚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문결과 수험생의 25%는 1주일동안 단 한차례도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 일이 없다.
또 수험생으로 인해 아버지의 67.8%,어머니의 78.7%가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머니는 심각한 「심인성 이상증세」를,아버지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어머니들의 절반은 수험생 뒷바라지로 잠이 부족(56.2%)하며 늘 피로를 느끼는(55.9%) 상태.
아버지는 아내가 자신에게 무관심(10.2%)하거나 수험생을 더 생각한다(48.8%)고 느끼고 이로 인해 ▲부부갈등(12.6%) ▲의견 충돌(27.8%) ▲부부생활 장애(40.0%)가 빚어지고 있다.
긴장·압박속에 시달리는 수험생은 공부안하고 놀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43.3%) 다음으로 부모와 함께 있을때 스트레스를 받는다(15.2%).
입시위주 교육·부모의 지나친 열성에 불만과 부담을 느끼고(89.2%) 있는 이들중 52.3%가 가출 충동을 느낀적이 있고 심지어 죽고싶은 충동을 느낀 수험생이 43.1%나 됐다.
고려병원 이시형원장(신경정신과)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수험생 76명,수험생의 어머니 1백64명이 입시와 관련한 이상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신경정신과를 찾은 수험생은 고교2년생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특히 고2 여름방학후 실시되는 모의고사가 결정적 고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험생의 어머니들은 백일단식기도중 정신착란에 빠지거나 부부싸움,과외 등으로 인한 빚에 쪼들려 가출하는 경우도 나타났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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