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그놈의 계산 때문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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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 안조영 9단(한게임)  ● . 서건우 3단 (제일화재)

◆장면도(1~11)=한게임이 제일화재를 2대 1로 리드한 가운데 4번째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쌍방 마지막 30초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흑을 쥔 서건우 3단이 1로 빠져 응수를 물었다. 끝내기의 맥점이다. 백이 어딘가 응수를 하면 A와 2 자리의 젖힘 두 군데를 모두 선수하겠다는 수다. 얼핏 굉장한 수 같지만 실은 '한 집'을 벌겠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이 한수가 안조영 9단에겐 괴로운 시험문제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미세한 가운데 우세가 감지되는 국면이다. 그러나 한 집을 내줘도 이길 수 있는 것일까. 30초 내에 반집 여부를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계시원이 "마지막 30초, 하나.둘.셋…" 하고 쫓아오자 눈감고 백2로 빠져버렸다. 물러서면 최소한 반집은 이기는 바둑이었는데 계산이 안 되자 일단 반발하고 본 것이다.

그러나 백2는 무리수요 패착이었다. 11까지 되자 잡으러 갈 방법이 없다.

◆참고도=백1로 치중하면 자체로는 살 길이 없다. 그러나 끝까지 잡으러 가려면 7, 9의 자충수를 두어야 하고 결국 흑12에 이르러 백은 연단수에 걸리고 만다.

◆실전 진행(1~7)=안조영 9단은 백1~7까지 패를 만든다. 그나마 최선이었지만 멀쩡한 백집 속에서 꽃놀이 패를 내줬으니 바둑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한데 상황은 또 이상하게 전개된다. 막판 대역전에 흥분한 서건우 3단이 살기만 하면 이긴다고 생각한 나머지 손해패를 자꾸 썼고 이바람에 귀를 살리고도 4집반이나 진 것. 계산은 역시 속기의 암초다. 응원하던 동료 기사의 탄식 그대로 "그놈의 계산 때문에" 진 바둑을 이겼다가 다시 지고 만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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