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탈당… 내우외환 국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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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 대표 독단·「현대」 중심 당운영이 불씨/당보다 돈 기대하는 의원들 자세도 문제
3당중 가장 먼저 대선기구를 발족시켜 본격적인 대선운동에 들어간 국민당이 내우외환을 겪느라 진통하고 있다.
10월은 정주영대표가 『인기가 확 올라갈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대선기구를 출범한 달이다.
그러나 지난 1일 박희부의원이 국민당을 탈당했고 2일엔 소속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국민당 비판대회」를 여는양 지도부를 성토했다.
박 의원이 탈당의 변으로 밝힌 것이나 의총에서 의원들이 고성을 높인 요지는 내용이 같다. 넓은 의미로 정 대표의 정치력 부족이며,보다 구체적으로 정 대표의 독단적 당운영과 풀릴듯 풀리지 않는 돈주머니다.
2일 의총에서의 발언은 이같은 사정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김정남총무가 원내보고를 끝내자 당장 나온 반응이 『우리 얘기를 귀담아 들어줄 분이 없다』(정주일의원)라는 비아냥 한마디였다. 지난 의총에 이어 이날도 국회 본회의전 의총을 뒤로 하고 지방에 간 정 대표의 무관심을 꼬집는 말이었다.
잔뜩 쌓여있던 불만은 곧이어 『우리가 무슨 급사야』(차화준의원)라는 자조적인 고성으로 터졌다.
김두섭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미 지역구의원 두사람(김찬우·박희부)이 나갔는데 세사람이 더 나간다는 소문이 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당이 안된다』는 위기감까지 토로했다.
김 의원은 금기인 정 대표의 사조직과 관련,불교계 사조직 관리자인 김진영의원을 지적하며 『호화판 사무실에다가 중앙당에서 6억원이나 받았다』고 주장했다. 누구는 돈주고 누구는 안주느냐는 불만에서 당의 기밀까지 들먹인 셈이다.
이후 비공개로 1시간30분가량의 난상토론에서 오간 내용도 『국회의원이 현대출신 당료들에게 절절매면 어떻게 하느냐』는 현대중심의 당운영에 대한 불만,『선거운동을 하라면서 돈도 안주고 총선 공약도 안해주는데 운동이 되느냐』는 돈씀씀이가 짜다는 불만이었다. 그리고 중앙당에서 각 지구당에 「보좌역」이라는 이름으로 파견한 현대차출직원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첫째 불만인 당운영의 현대중심이란 것은 당운영 과정에서 의원들은 물론 주요 당직자들까지 소외됐다는 불만이다. 대표적 예가 대선기획단의 보고서를 단장인 김광일최고위원이 아닌 현대출신 박세용특보가 정 대표에게 결재를 받았으며,대선운동의 실무담당도 박 특보 등 현대맨 중심이라는 것이다.
둘째 불만은 의원들의 부푼 기대감에 못미치는 정 대표의 자금지원에 있다. 대선에 한몫 잡으려는 「망상」을 가진 일부 의원들의 의식도 곁들여져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고 정 대표측은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사조직 관리 등에는 돈을 쓰면서도 공조직인 지구당관리에는 짜다고 의원들은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돈은 많은데 안쓴다』는 의원들의 과잉 기대감도 적지않은 문제점인 셈이다.
실례로 의원들은 『당원을 배가하라면서 활동비는 안준다』 『연수교육시키라면서 1만원으로 점심·저녁 사주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으며,탈당한 박희부의원 등 의원 7명은 『총선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한다』는 내용의 연판장까지 돌렸었다.
현대출신 「보좌역」에 대한 불만은 보다 직접적이다. 일부 보좌역들이 위원장의 일정을 체크하고 자금사용을 경리장부로 관리하자 불신당하고 감시당한다는 의원들의 불쾌감이다.
정 대표는 당직자 회의에서 의원들의 탈당에 대해 『신경 쓸 필요없다』고 말했으며,2일 의총내용을 보고받고도 『그런 어려움도 극복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정 대표의 이같은 반응에대해 『현대만 가지고 해서 된다는 생각인듯 한데 대통령선거가 그렇게는 안된다. 큰 정치로 세를 모아야지 현대조직으로 당원만 모은다고 표가 되느냐』고 말한다.
어떤 의원은 아예 『이미 포기했다. 공약이행을 정 대표에게 직접 확인해보고 거취를 정하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할 정도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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