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파문" 핸드볼협 집행부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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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구기종목으로서는 유일하게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핸드볼이 경기인들간의 반목으로 자칫하면 협회의 기능이 마비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비인기종목이면서도 경기인들이 단합, 구기종목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올림픽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한데다 바르셀로나대회에서 또 다시 우승, 다른 종목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있는 핸드볼은 대외적인 성가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경기인들간의 알력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핸드볼협회가 진통을 겪기 시작한 것은 경기인출신인 김종하(김종하·고합상사회장) 회장이 사퇴한 지난해부터.
10년동안 협회를 이끌어 왔던 김회장이 재정적인 이유로 사퇴, 현 안청수(안청수·무등건설사장) 회장이 들어서면서 협회의 주도권을 놓고 경기인들간의 불화가 시작되더니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우승에 따른 금장선수선정을 둘러싸고 표면화, 내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경기인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구심점이 없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으로 일관했고 상임이사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않는 풍조가 만연, 집행부의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올림픽엔트리 16명중 12번째 금장선수선정조차 이사들간의 의견이 달라 이사회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정형균(정형균·한체대) 감독에게 일임하면서 더욱 분란을 야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선수선정의 전권을 위임받은 정감독은 초당약품의 차재경(차재경)과 광주시청의 문향자(문향자) 선수중 문을 12번째 금장선수로 결정하자 차선수의 소속팀이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초당약품측은 『예선전부터 대표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더 많은 게임을 뛴 차재경을 제외하고 문향자를 선정한 합당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한 후 해명이 되지 않을 경우 팀을 해체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이사회 한번 소집하지 않고 회장에게만 의존하는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안회장도 경기인들간의 끊임없는 불화를 보다못해 그만두겠다고 사의를 밝히는등 자칫하면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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