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서도 조류독감 의심 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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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류독감이 오리 주산지인 전남 나주 일대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처음으로 조류독감에 감염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닭이 신고돼 당국이 긴급 방역활동에 나섰다.

농림부는 23일 나주시 남평읍 농장 3곳과 나주시 관정동 농장, 전남 무안군 현경면 농장 등 나주시 및 인근 지역 육용 오리농장 5곳에서 조류독감 신고가 추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들 농장은 21일 조류독감 감염이 확인된 나주시 산포면 오리농장에서 10㎞ 밖에 있다. 정부가 정한 나주 지역 방역선을 넘어 조류독감이 번지는 양상이다.

나주 일대에선 지금까지 모두 아홉곳에서 의심 증상이 나타나 한곳은 감염 판정을 받았다. 나주 등 전남 지역에서 국내 오리 사육 마릿수의 48.8%에 이르는 3백82만마리를 사육하고 있기 때문에 나주에서 독감이 계속 번질 경우 오리 사육업의 붕괴가 우려된다.

농림부 김창섭 가축방역과장은 "나주에는 조류독감이 확인된 천안 북면 원종오리(씨오리의 씨오리)농가의 계열 농가가 많다"며 "그러나 원종오리 농장을 관리하는 화인코리아가 부도나는 바람에 분양 내역을 파악하기 힘들어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이천시 율면 산란계 농장에서 닭 1백여마리가 폐사하고 일부가 녹색 설사 증세를 보여 농장주인 金모씨가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방역팀은 조류독감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 이틀 뒤 나올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농장 닭 4만3천여마리를 24일 모두 살(殺)처분, 매립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조류독감이 처음 확인된 충북 음성군 심성면 농가에서 9㎞가량 떨어져 경계지역(반경 10㎞)에 포함됐던 金씨 농장은 그동안 방역당국으로부터 특별관리를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번진 이상 적어도 내년 봄까지 독감을 완전 퇴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영상 22도에선 4~5일밖에 살 수 없지만 기온이 0도일 때는 가축의 배설물에서 최장 40일까지 살 수 있다.

한편 농림부는 전국 39개 씨오리 농장에 대한 조류독감 감염 검사에서 충북 진천군 진천읍 한 농장에서만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감염이 확인된 충남 천안의 원종오리농장으로부터 씨오리를 받는 22개 농장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수원=엄태민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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