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자연 속 행진 … 걷기 수업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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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교생 걷기 행사인 '온천천에서 백두산까지'에 나선 부산 수안초등학교 학생들이 징검다리를 차례로 건너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1000㎞를 걷는 게 목표다. [부산=송봉근 기자]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1일 오후 부산시 동래구 수안동 온천천 둔치.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뒤쪽에서 지렁이를 관찰하느라 땅바닥에 앉았던 학생도 곧 일어나 걷는다. 유채밭 주변에서 "배추흰나비다"라며 신기해하던 남학생도 따라 걷는다. 수안초등학교가 매달 한 차례 펼치는 전교생 걷기 행사인 '온천천을 걸어 백두산까지'의 모습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년별로 한두 시간씩 온천천을 걸으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는 이 행사는 전교생 600여 명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교과활동(즐거운 생활.체육)이나 자연보호 활동 등과 연계해 학생들은 걸으면서 수업을 받는다.

2시간 동안 세병교까지 1㎞를 걸으며 식물을 관찰한 뒤 그림을 그리는 '걷기와 친해봐요'. 점심식사 후에는 쓰레기를 줍는 '내 친구 온천천' 자연보호 시간 등이 마련됐다. 6학년 정아진(12)양은 "걷기도 하고 쓰레기도 치우는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전교생이 참가하는 걷기는 매달 한 차례 열린다. 학급별.학년별 걷기 수업은 매주 진행된다.

부산 수안초등학교 윤기현 교장(中)은 학생들과 온천천을 걸으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까지 해주는 등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사진=송봉근 기자]

이 학교는 8년 전부터 온천천에서 체험학습과 자연보호 활동을 해오다 올해부터 걷기를 주제로 수업을 확대 편성했다. 체험학습과 걷기를 수업에 끌어들인 것은 비좁은 운동장 사정 때문이다.

운동장이 500여 평밖에 되지 않아 전교생이 참여하는 체육활동이 어렵자 학교 앞의 온천천을 활용한 것이다.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점도 고려했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도 걷기에 참여시키는 가족과 함께 별 보며 걷기, 동아리 회원과 걷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졸업 때까지 전교생은 부산~백두산의 거리인 1000㎞를 걷는 게 목표다. 그래서 행사 이름도 온천천을 걸어 백두산까지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외에도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걷고, 그 기록을 기록장에 적어 학교에 제출한다. 학교에서는 걷기 실적에 따라 시상을 한다.

시상 내용은 수안초교~오륙도 거리인 300㎞를 걸은 1~2학년 학생에게는 오륙도장을 주고, 3~4학년 학생에게는 한라산장(500㎞)을, 5~6학년 학생에게는 백두산장(1000㎞)을 준다.

이렇게 해서 학교 측은 전교생 중 과체중과 비만 학생 비율을 현재 25%에서 12.5%로 낮출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체력 3급 이하 학생의 비율을 45%에서 22.5%로 낮춘다는 목표다.

4학년 임민규(10)군은 "6년 동안 1000㎞를 걷고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윤기현(60) 교장은 "많이 걸은 고학년일수록 적극적인 태도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걷기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체중 감량 효과 눈으로 확인
걷기를 체육·특별활동 활용"
부산시교육청 설동근 교육감

"걷기를 생활화하면 학생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선생님과 학생 간의 믿음도 두터워질 것입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걷기대회는 교육 공동체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학생 건강 걷기 운동'을 시작한 부산시교육청 설동근(59.사진) 교육감은 "부산 지역 일부 학교에서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걷기 운동을 한 결과 체중 감량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중앙일보의 걷기 캠페인을 계기로 학생 건강 걷기 운동을 올해의 주요 체육정책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설 교육감은 "초등학교의 경우 2, 3학년 체육 교과서에 걷기에 대한 소개가 있어 체육시간에 걷기 운동을 할 수 있고 다른 학년도 체육시간이나 특별활동,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2월 전국에서 가정 먼저 실시된 직접선거에서 당선된 설 교육감은 일주일에 서너 차례 밤에 해운대 동백섬 일주도로(10㎞)를 걷고 뛰며 체력을 다진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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