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아파트 해약 줄이을 조짐 손해 줄이는 법 알아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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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997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벌어졌던 아파트 해약 사태의 후유증이 기억난다. 중도금을 못내 해약하고 싶어도 주택업체가 받아주지 않아 애를 먹었던 일이나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연체료까지 물어야 했던 사연 등은 생각하기도 싫을 게다.

요즘 이런 망령의 조짐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걱정이다.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을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로 손해가 예상되자 아예 해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해약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번 찬찬히 점검해 보자.

우선 계약금만 냈을 때 아파트를 분양받은 쪽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약하면 된다. 그러나 중도금을 한 번이라도 냈다면 약정 또는 법정상의 해약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해약할 수 없다. 약정상의 해약 사유는 계약 당시 서로 정한 이행 내용을 말하고 법에서 인정되는 내용은 채무 불이행, 이행 지체, 이행 불능 등 세 가지다. 해약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측은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약할 수 없다.

평소 같으면 중도금을 제때 안 낼 경우 당장 해약하겠다고 나올 주택업체도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면 상대방에서 해약을 요청해도 선뜻 동의해 주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큰 업체들은 회사 이미지를 감안해 해약에 응했지만 중소업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해약이 안 되면 밀린 중도금에 대한 연체료까지 물어야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계약금을 관행보다 많이 낸 경우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도 논란거리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대금의 10%선으로 정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0% 이상 되기도 한다. 대개 일방적으로 해약을 요청하면 계약금이 관행보다 좀 많아도 내주지 않는다.

다음 사안은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은 회사가 은행 대출로 처리한 경우다. 계약자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면 중도금을 낸 것으로 간주돼 일방적인 해약이 불가능하다. 계약자 입장에서야 계약금만 낸 것으로 착각하고 자동적으로 해약이 되겠거니 생각했다간 큰코 다친다. 그냥 버티다가 나중에 약정 불이행에 따른 손해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잘 따져봐야 한다.

해약 관련 잔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이런 내용들을 소상히 알아두면 일이 닥쳤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해서다. 주택경기가 침체되더라도 해약을 둘러싼 아픈 사연이 생기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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