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00 + ④·끝 1878경기 출전 현대 전준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1일 인천 SK전이 그의 1878경기째 출전이었다. 프로야구 현대의 전준호(38.사진)는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1900경기 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은 2005년 은퇴한 장종훈(전 한화)의 1950경기다. 전준호의 목표는 최다 출장 신기록이 아니라 '2000경기 출장, 2000안타'다. 그는 5월 31일 현재 통산 1835안타를 기록했다.

1991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전준호는 그해 4월 5일, 삼성과의 대구 개막전이 데뷔전이었다. 당시 강병철 롯데 감독은 신인인 전준호에게 '깜짝 선발' 지시를 내렸다. 이날 전준호는 3안타에 도루 1개의 맹활약을 펼쳐 감독 눈에 들었고, 첫해부터 주전으로 풀 시즌을 소화했다. 전준호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아직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전준호의 비결은 '인정(認定)'이다. 자신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는 "타격감이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게 마련"이라며 "안 좋을 때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 노력할 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흘러간 세월' 역시 인정의 대상이다. 아무래도 한창때 순발력은 나이가 들면서 퇴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전준호다.

"1번 타자가 주목받는 포지션이 아니라서 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전준호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자신을 '조연'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 온 전준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시즌 초반, 출장 선수 명단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련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팀은 하위권을 맴돌지만 3할이 넘는 타율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팀에서 전준호와 가장 친한 동료는 포수 김동수다. 1850경기에 출장한 김동수는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전준호는 김동수에게 "내가 1년 후배니까 형이 은퇴하면 딱 1년만 더 뛸 게요"라며 농담을 건넨다. "정말로 김동수가 은퇴한 뒤 1년만 더 뛸 거냐"고 묻자 전준호는 "당연히 농담"이라며 "아직도 나는 성이 차지 않는다. 예전에 '500도루'가 목표였는데 이미 달성했고, '2000경기-2000안타'도 넘어서면 다른 목표를 위해 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