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선대위 공식 출범 … 위원장에 5선 박희태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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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선거대책위원회'가 31일 출범했다. 8월의 후보 경선까지 이 전 시장의 활동을 뒷받침할 중추조직이다.

선거대책위원장 밑에 부위원장→분야별 위원장→본부장으로 내려가는 중앙조직과 16개 시.도의 책임자가 함께 발표됐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5선.경남 남해-하동)이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현역 의원만 36명이 포진한 매머드급 조직이다.

3선 의원 8명과 전재희 전 정책위의장, 전석홍 전 전남도지사가 선대위 부위원장단에 포함됐고, 이 중 권철현 의원은 후보특보단 단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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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나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 이명박'으로 한 첫 대규모 인사다. 주변에선 "적합한 인물이 아니면 차라리 공석 (空席)으로 두는 게 낫다"는 이 전 시장 식 인사의 결정판으로 본다. 인선은 안국동 캠프가 여의도로 옮긴 지 3주가 지났고, 첫 인사안이 올라간 지 한 달여가 지나서야 발표됐다. '지각 인사'다. 이를 두고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선 "이 전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조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농담까지 돌았다. 이 전 시장은 한번 쓴 사람은 잘 바꾸지 않지만 일단 사람을 쓸 때는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한 측근은 "일단 후보군에 포함시켜 놓고 소문과 평가를 종합한 뒤 결정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눈에 띄는 뉴 페이스가 별로 없고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올랐던 얼굴이 대부분이다.

겸직 인사가 많고, 위원회의 감투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자리를 줘야 움직이는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정책자문위원장을 세 명씩이나 두고도 비슷한 일을 하는 정책기획위원회를 따로 뒀고, 총괄 홍보위원장을 두지 않고 미디어 홍보위.TV토론 대책위.언론위 등 기능별로 세분화했다. 또 선대위 부위원장 대부분이 분야별 위원장을 함께 떠맡았다.

그래서 일각에선 "비효율적인 조직"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은 "조직을 잘게 쪼개 무한 경쟁을 시키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이 전 시장 식 용인술"이라고 반박했다.

◆직함 없는 2인자 이재오=캠프 내 좌장역을 해온 이재오 최고위원은 선대위 조직에서 빠졌다. 박형준 대변인은 "당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 최고위원이 선대위에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이 전 시장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인사 중에 총괄 본부장이나 종합상황실장 등 실질적인 힘을 휘두를 만한 자리를 공석으로 놔둔 것도 캠프 내 2인자로서 이 최고위원의 입지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기획본부장을 맡은 정두언 의원과 대변인 박형준 의원이 이 최고위원과 함께 '실질적인 삼각편대'로 캠프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실무진의 맏형 역할을 해왔고, 박 의원은 대변인 외에 기획업무도 함께 떠맡고 있는 1급 참모다.

◆박희태 "싸우지 말라는 게 국민의 뜻"=박 선대위원장은 "경쟁은 하되 제발 싸우지 말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며 "남을 헐뜯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장기를 자랑해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경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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