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국내전 재미화가 김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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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국을 떠나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어렸을 적의 기억, 그 잃어버린 시간의 뒤안길을 더듬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재미화가 김웅(63)씨의 개인전이 그런 예다(14일까지, 02-542-5543).

김씨는 26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 미술대학과 예일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화단의 중견작가로 자리 잡았다. 개인전은 이번이 26번째, 한국에서는 2004년 성곡미술관 초대전 이후 3년 만의 전시다.

전시작 40점은 무겁고 거친 붓질로 색의 층을 겹겹이 쌓아놓은 추상화들이다. 어슴푸레한 형태와 겹겹의 층위를 가진 색상은 깊고 은은한 여운을 느끼게 한다. 평론가 제라드 페가티는 "김웅의 그림은 기억을 저장해놓은 보물상자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캔버스에서 시간을 발견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씨는 "특정 대상을 그리진 않지만 막연한 추상은 아닙니다. 옛 기억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들어섭니다. 어머니가 만드시던 옷, 밥상의 조각보 같은…"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생님 작품은 반추상으로 보입니다.

"네, 완전 추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 얼굴이나 꽃, 둥근 접시 같은 형태의 기본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싫증이 납니다. 그래서 형태 위에 다른 형태를 씌우고 색을 두텁게 입히고 또 입히는 작업을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합니다. 2~3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암시적 형태를 담은 은유적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관객 반응은 어떻습니까.

"오래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화면에서 새로운 뭔가를 계속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번 봐서는 잘 모르던 것들을 말입니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업할 때 관객을 의식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림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요.

"감성적인 소재를 가지고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는 게 내 작업입니다. 그래서 내면의, 마음속의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해내려는 것이지요.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미술과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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