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유출 막아라' 러시아, 인체 표본 해외 반출 금지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인체 표본의 해외 반출을 금지시켰다. 러시아인의 유전자 소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면 러시아를 겨냥한 생화학 무기 개발에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러시아 관영 신문 코메르상트가 30일 러시아 의학계의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통관금지 법안은 보건부 장관이 발의해 연방관세청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머리카락과 혈액을 비롯, 모든 생물학적 물질을 포함한 수하물은 러시아 국경을 넘을 수 없게 됐다.

모스크바 중앙아동병원의 알렉세이 마샨 원장은 의료용 표본을 외국에서 연구 조사해왔다며 "만일 이 금지 조치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만명의 러시아인들에 대해 임상시험을 해오던 미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대형 제약회사들도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러시아 유전과학연구소의 니콜라이 얀코브스키 소장은 유전자 물질의 해외 반출을 막는 법안에 대해 조소를 퍼부었다. 그는 라디오 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에 출연해 "DNA의 해외 반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DNA는 바로 나다"고 말했다.

이장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