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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장관의 횡포" 여야 초당적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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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월 30일자 3면 중앙일보 기사의 제목은 ‘정부, 장관급 회담 열리자 대규모 기자실 개설… 필요할 땐 써먹고 불리할 땐 없앤다?’이다. 정부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홍보에는 기자실과 기자단을 적극 활용하고,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는 폐지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내용이다. 통일부가 프레스센터에 언론사별로 좌석 명패를 붙여놨다고 전하면서 국정홍보처는 기자실 폐단의 핵심으로 매체별 지정좌석제를 지목한 바 있다는 사실을 함께 적시했다.

중앙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 조치는 3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자신의 숙소인 10층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에서 간부회의를 열었다.

간부회의 참석자는 신언상 차관, 고경빈 정책홍보본부장, 김중태 경협본부장, 양창석 사회문화본부장, 김남식 대변인이다. 이 자리에서 김 대변인이 이 날짜 중앙일보 3면의 '기자실, 필요할 땐 써먹고 불리할 땐 없앤다?'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하자 이 장관이 간부들의 의견을 물어 해당 기자에 대한 취재 거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간부들에게 어떻게 의견을 물었느냐' '간부들의 의견은 어떤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의사결정 및 논의 과정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의견수렴 과정은 길지 않았던 듯하다. 회의는 30여 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는 이 조치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분명히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중앙일보 보도에 불만을 품은 이 장관이 취재 거부 조치의 주인공이란 얘기가 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취임 이후 쌓였던 언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중앙일보 보도를 계기로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한 게 아닌가 싶다"며 장관 개인의 행태를 문제로 지목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이후 남북 관계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과 잦은 말실수로 이를 보도한 언론을 불편해했다. 3월엔 평양 장관급회담에 다녀온 뒤 브리핑을 자청했다가 이면합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게 문제가 되자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통일부 직원들은 프레스센터에 배달된 중앙일보를 치워버렸다. 중앙일보는 통일부의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따라 프레스센터를 출입하며 취재활동을 계속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자칫 남북 회담 내용은 묻혀버리고 이 장관과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 사태는 순식간에 통일부 출입기자단의 항의 성명으로 발전했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이 장관을 비난하는 상황으로 확산됐다.

◆ "어이없고 황당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당 차원에서 이 장관의 통일부를 비난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어이없고 황당한 언론 탄압이자 민주주의를 짓밟은 폭거"라며 "정부가 조속히 출입 제한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기사 내용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출입을 정지시키는 것은 심한 대처다. 그렇다면 각 정당이나 출입처별로 자기들과 맞지 않는 언론사의 출입을 통제해야 하는가. 이런 식의 대처는 오히려 정부에 대해 공격할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도통합신당의 양형일 대변인도 "기사에 유감이 있으면 반론권 등 여러 구제 수단이 있는데도 특정 언론사 기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공권력에 의한 폭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기자는 국민의 귀와 눈인데 기사가 기분 나쁘다고 출입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영종.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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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통일부 장관(제33대)

1944년

[現] 통일부 차관(제16대)

1950년

[現] 통일부 정책홍보본부 본부장

1957년

[現] 통일부 남북경제협력본부 본부장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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