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3600m 고산 축구, 왜 안 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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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해발 2500m 이상 고지대에서 국제경기 개최를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치에 대해 남미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FIFA 결정의 타당성을 직접 논의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CONMEBOL은 30일(한국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스포츠 전문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FIFA 결정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ONMEBOL은 의료분과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뒤 다음달 14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FIFA의 조치에 환영의 뜻을 보인 남미 국가는 브라질 정도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나라는 볼리비아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직접 "우리 조상 시절부터의 꿈인 남미의 단결은 스포츠, 특히 축구 없이는 있을 수 없다"며 남미 국가들이 동조해줄 것을 호소했으며 1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수도 라파스(해발 3600m) 에르난도 실레스 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경기에 직접 뛸 계획도 있다.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항의단까지 파견한 볼리비아축구협회는 "FIFA가 이번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달 27일 베네수엘라에서 개막하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FIFA 조치의 뒤편에 저지대 국가인 브라질.아르헨티나가 있다고 믿는 볼리비아 축구팬들은 "우리는 섭씨 40~45도의 경기장에서도 불평 없이 경기를 했다"며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콜롬비아에서는 수도 보고타(해발 2650m)의 루이스 에두아르도 가르손 시장이 나섰다. 가르손 시장은 고지대 운동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31일 직접 몬세라트봉(해발 3300m)을 오르기로 했다. 에콰도르는 축구협회를 중심으로 "수도(키토.해발 2800m)에서 축구할 권리를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장혜수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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