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원주시 명륜동 젊음의 광장에 모인 3000여 명의 시민들은 '출발' 신호에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와 함께 걷는 부모, 손을 잡고 걷는 연인, 친구와 함께 나선 중학생 등 다양한 층의 시민들은 길게 늘어서 광장을 빠져나갔다. 이날은 웰빙걷기대회 날로 WHO 건강도시 걷기대회도 겸했다. 이날 말고도 원주시에는 국제걷기대회와 100㎞ 걷기대회 등 모두 4개의 대회가 열린다.
걷기의 도시 원주시가 워크홀릭에 동참한다. 원주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한걷기연맹도 동참키로 했다. 김기열 원주시장은 30일 "아무도 걷기를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을 때 원주는 시민의 건강을 위해 국제걷기대회를 유치하는 등 걷기의 선두 도시"라며 " 국민의 건강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워크홀릭의 뜻이 시의 방침과 부합돼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워크홀릭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원주 걷기대회가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대회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걷기 환경도 꾸준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원주는 걷기 도시= 김 시장의 말처럼 원주시가 걷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국민이 걷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1996년. 95년 경주에서 처음 열린 한국 국제걷기대회를 2회부터 원주로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걷기 운동을 폈다. 이 대회는 국제걷기연맹(IML)이 국가당 한 개만 인증하는 대회다. 대회를 위해 5㎞, 10㎞, 20㎞, 30㎞, 50㎞ 코스 각각 2개씩 10개 코스를 개발했다.
원주는 2005년 WHO 건강도시에 가입하면서 매달 네 번째 토요일마다 웰빙걷기대회를 열었다. 올해 벌써 24회째다. 어릴 때부터 걷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아스포츠 걷기대회도 세 차례 열었다. 시는 만보기 1만 개를 시민에게 나눠주는 등 걷기를 적극 권장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걷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원주시청에는 '미투리''원주워킹클럽' 등 걷기 동아리가 생겼다. 공무원 100여 명이 걷기 지도자 과정을 이수해 주민에게 걷기를 지도하고 있다. 상당수의 읍.면.동이 체육대회를 걷기대회로 바꿨고, 여기에 동참하는 교회도 생겼다.
한여름 땡볕에 원주시 9개 면 지역 200㎞를 걷는 '원주사랑걷기'모임이 탄생하는 등 걷기 마니아가 늘어났다. 20 ̄30㎞ 이상의 걷기대회에 주저 없이 참가할 수준의 매니어는 500여 명에 달한다.
원주시는 걷기 운동을 벌이는 것과 함께 2005년부터 경유를 쓰던 시내버스 72대와 청소차 2대를 천연가스차로 바꾸는 등 걷기 좋은 환경에도 투자하고 있다. 걷기 좋은 길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걷기대회가 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올해 1월 국제걷기대회 조직위원회를 재단법인 대한걷기연맹으로 전환했다. 연맹은 각 지부가 벌이는 대회를 지원하고 개인의 걷기 기록 등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할 방침이다.
연맹 이강옥 이사장(상지대 예술체육대학장)은 "기록을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많이 걸은 시민은 의료비 감면 혜택을 주는 등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 걷기가 온 국민의 일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이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