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정국… 「파행국회」예고/3당 영수회담 연기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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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때 공명보장” 선언 준비 민자/「장선거」 당위성 부각 총공세 민주
한준수 전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사건은 끝내 3당영수회담의 연기사태까지 몰고와 9월정국에 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당초 14일 정기국회 개회에 앞서 가질 예정이던 3당영수회담 연기는 가뜩이나 원구성 및 자치단체장선거문제 등으로 뒤뚱거리던 정기국회운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초반 정상운영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씨에 대한 강제구인·구속에도 불구,검찰수사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 및 변질되는데다가 야당측의 압박공세가 한층 강화되고 있어 정부·여당은 수습책을 찾지 못한채 일반적으로 영수회담마저 연기키로 해 정국의 파행운영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속결수사에 의한 조기매듭을 한씨사건 해결의 기본구도로 잡고 있던 민자당은 검찰수사가 지연되고 야당측의 공세 또한 집요해 기본구도 자체가 뒤틀리게 되자 몹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씨가 처음 폭로했을 때만해도 김영삼총재측은 철저수사와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것으로 김 총재 자신은 관권선거와 무관함을 강조하고,더 나아가 공무원 중립선언 등 관권선거의 실질적 종언을 주도적으로 주창함으로써 오히려 새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종국충남지사와 임재길 연기 지구당위원장이 금품전달 등 범행을 부인하면서 검찰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지자 「해결선」으로 염두에 두었던 1단계 법적 매듭부터 꼬이게 된 것이다.
더욱이 한씨의 2차폭로로 그동안 관례처럼 여겨온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됐고 박계동의원(민주)의 대리폭로 등 야당측의 공세가 더욱 압박해 들어옴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 총재가 3당 영수회담을 하루 앞두고 13일 돌연 연기키로 결정한 것은 이같은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검찰수사가 끝날 때까지 시간벌기를 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총재의 연기배경에는 관권선거의 인책선에 대한 당정간 이견조정이 덜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 총재측은 검찰수사후 기자회견 등으로자신의 입장을 밝힌후 영수회담을 가짐으로써 한씨사건에 대한 야당대표들의 공세를 묽게 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아울러 관권선거 재발방지책 마련에 지금까지 구상해왔던 안보다 더욱 분명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기국회운영과 한씨사건이 연계돼선 안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아울러 선원구성이라는 기본방침을 앞세워 야당측의 한씨사건과 단체장선거 공세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야당측도 예산국회까지 볼모로 잡을 경우 비판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더욱이 국정감사라는 달콤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어 무한정 원구성에 반대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게 민자당측의 계산이다.
따라서 검찰수사 종결후 3당영수회담을 고비로 국회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단 국회가 정상가동되면 수세국면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수사의 한계가 드러나자 「왜곡축소」의도라고 비난하는 한편,계속 폭로전으로 맞서면서 정부와 민자당을 몰아세우고 있다.
특히 김영삼민자당총재가 14일 3당영수회담을 돌연 연기요청한 배경을 『문책수위를 둘러싼 당정마찰 가능성』쪽에서 주시하면서 계속 인책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13일 오전 특별보좌역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처벌의 한계를 이종국지사선에서 긋는 것은 하위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비열한 방법』이라고 공무원사회의 불만을 부각하려 했다.
김 대표는 아예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주재한 안기부와 내무부의 당시 책임자인 서동권안기부장(현 청와대정치특보)·이상연내무장관(현 안기부장)에 대한 엄격한 형사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고 나왔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정부와 민자당의 선거운동의 「틀」을 깨겠다는 기세이며 서 특보와 이 안기부장에 대한 공세는 여권의 갈등 촉발과 함께 김영삼총재의 대선참모구도의 변화를 노리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여기에다 김영삼총재가 지난 총선을 자기책임하에 치르겠다고 한 점을 들어 『김 총재 자신이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보기엔 이동통신사태때처럼 김영삼총재가 관권개입의 책임을 청와대와 정부쪽에 덮어씌우고 자신은 빠져 대선 이미지관리에 나설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다. 당 관권부정조사위는 한 전군수가 폭로한 실감나는 증거물로 볼때 이종국지사는 빠져나가기 힘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한 군수의 독자행위에 의한 연기군만의 부정」으로 변질축소시킬 조짐이 있다고 판단하고 12일 서둘러 박계동의원을 내세워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내무부의 선심사업자금사용 지시와 총선관련자료를 보고하라고 한 점을 볼때 이상연장관의 직접지시가 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제의 관계기관대책회의 수사를 배제하고,선거지침서·금품살포 등을 부인하고 있다는 구실로 이종국지사·임재길후보를 귀가시킨 것은 다분히 은폐축소의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다.
12일 충남도내 시장·군수 20여명이 총선당시 지침서를 안받았다고 주장한 것을 왜곡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따라서 이같은 총공세로 단체장선거의 당위성을 집중부각해 정부·여당을 압박한후 9월 하순 원구성에 응한후 국감을 통해 결정타를 날린다는 방침이어서 정기국회 초반운영은 파행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허남진·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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