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조기진화” 야 “장기전”/「관권선거」폭로 처리 부산한 정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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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행정선거 방지책 마련… 국면전환 시도 민자/한씨 계속 보호하며 최대한 공세 활용 민주
정국에 파란을 부른 한준수 전 연기군수 관권선거 폭로사건을 놓고 민자당은 조기진화에,민주당은 장기전으로의 확산에 서로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다소 엉거주춤한 자세였던 국민당도 본격적인 현지조사에 착수했다.
○…민자당은 가능한 빨리 수사를 매듭지음으로써 국민적 관심도를 식힌 뒤 관권·행정선거 차단을 위한 획기적 개선책 마련 등 후속조치를 취해 국면을 바꾸겠다는게 기본전략이다.
다행히 김영삼총재가 야당출신이라 대선에서 직접적으로 큰 피해는 없다고 보면서도 오래 끌다보면 흙탕물이 튀게 마련이고 가뜩이나 결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범여통합전열을 더욱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총재가 철저한 수사 및 관계자 엄중문책을 거듭 촉구한데 이어 이종국충남지사 및 임재길연기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형사상·행정상 인책이 거론되고 있는 대목이 바로 김 총재가 이번 사건에 무관함을 부각하고 파장을 조기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더 나아가 김 총재의 경우 야당시절 관권·행정선거의 직접적 피해자였다는 점을 십분 활용,행정선거 차단의지가 강하고 선거풍토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이미지를 거꾸로 치고나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먹혀들지에 대해서 확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총재는 이를 위해 수사가 매듭되는 대로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선언하고 관변단체의 여당지원도 금지시키며 대선법에 선거간여 공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 획기적인 제도적 방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이 한씨를 계속 보호하며 지구전을 펼 낌새를 보이자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게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 됐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우선 민주당측에 한씨 신병인계와 수사협조를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이 한씨를 계속 보호하고 있는 것은 관건선거불식에 목적이 있는게 아니고 대선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는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7일 한 전 군수의 검찰출두시기를 따져봤지만 「이르다」는 판단을 내리고 당시 내무장관인 이상연 현 안기부장과 이 지사의 우선 인책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검찰수사는 한 전 군수 없이도 그가 내놓은 관권개입 증거물만 갖고도 충분하며,한씨가 지금 검찰에 가면 『한 전 군수의 돌출과잉 행위로 이 사건을 축소,변질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게 민주당 주장이다.
이기택대표는 『현재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 연기군에 국한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한 전 군수가 총체적인 2차양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지금 검찰에 나가면 축소은폐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
한씨 본인도 『이종국지사가 준 비자금·내무부특별교부금에 대해선 수사가 미흡하며 군예산(포괄사업비)이 선거자금으로 얼마만큼 들어갔는지에만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고 수사초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이 지사를 해임하는 등 정부의지를 지켜본뒤 조사에 응하겠다는 것으로 한씨는 『정부하기 나름』이라고 출두거부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씨는 5일 대전에서 열린 아들 결혼식과 민주당규탄대회에 참석한뒤 귀경,다시 국회의원회관 박계동의원 사무실에 묵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계속 한씨를 보호할 경우 정치공세 소재로 써먹는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우려도 있어 출두를 빼놓고는 모두 협조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계동의원은 『한 전 군수는 구속 등 모든 신변문제를 감수할 각오가 돼 있으나 인격모독 등 사안과 다른 얘기를 퍼뜨리는 분위기에서 검찰출두 수사에는 응할 수 없고 대신 검찰의 방문수사에는 협조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영삼민자총재가 엄중문책을 강조하며 국면전환을 노리는 것을 「책임 덮어씌우기」로 격하하고 인책공세를 위해선 「한씨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민당은 연기 부정선거에 대해 장외공세는 피하면서도 정치이슈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지공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민당은 사건직후 구성됐으나 연기출신으로 당사자인 박희부의원과 단장인 양순직고문의 외유때문에 가동하지 못했던 진상조사단을 7일 현장으로 파견했다.
국민당은 일단 조사활동을 통해 박희부의원이 관권개입으로 당한 피해상황의 실체파악과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들을 확인·정리해 정치공세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당은 『어차피 정부·여당은 도지사해임 정도의 제한적 처벌로 수습할 것』이라고 보고 정치적 및 법적 대응과 함께 대선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강구에 주력키로 했다. 국민당은 조사활동이 끝나면 결과를 신문광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정치쟁점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로 했다.
또 보다 직접적인 정치공세로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이상연 현 안기부장의 해임까지를 요구하는 한편 지난 총선의 최고책임자였던 김영삼후보의 공개사과를 촉구함으로써 「흠집내기」 선거전략에 이용할 생각이다. 국민당은 나아가 부정의 뿌리끊기를 위해 이번 기회에 드러난 음성적 정치자금의 조성·유용을 파헤칠 것을 수사당국에 촉구하고 대선법 개정에서 공무원개입 처벌강화를 관철한다는 방침이다.<허남진·박보균·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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