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실상 '완전 고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쿄 택시 기본요금이 또 150엔(약 1200원) 오른다고?"

일본 택시 회사들이 가뜩이나 비싼 택시 요금을 또 인상하려 하고 있다. 나가노(長野)현과 오이타(大分)현이 지난달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도쿄도 이르면 8월부터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원칙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의 택시 기본요금은 650~660엔에서 810엔까지 오를 전망이다.

요금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 기사들에게 월급을 더 주기 위해서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택시 기사들이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속속 이직하고 있어 이들을 잡아두기 위해선 택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하 경쟁을 벌이던 일본의 택시 회사들이 시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상 경쟁을 하고 있다. 일본의 고용시장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대형 보험사인 메이지야스다(明治安田) 생명보험은 올 초 약 3200명의 파견사원을 계약사원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아예 이들을 정규 사원으로 승격시켰다. 주로 고객 정보의 입력이나 전화 응대가 주임무인 이들이 정사원으로 된 것은 그만큼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대 통신회사인 일본전신전화(NTT)도 지난달부터 콜센터의 계약사원 4000명을 순차적으로 정사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것저것 가릴 틈이 없다. 일단 사람을 잡고 보자"는 것이 요즘 일본 기업들의 분위기다. 근로자들 사이에선 "(직장) 선택을 즐기자"는 말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일본 총무성은 29일 4월 실업률이 3.8%로 3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실업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1998년 3월(3.8%) 이후 9년1개월 만이다.

전체 실업자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만 명 줄어든 268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업의 인원 삭감이나 도산 등 '비자발적 이유'에 의한 실업자는 58만 명 수준이다.

실업률 하락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연령층은 15~24세의 젊은 층이다. 이들의 실업률은 지난해 4월에 비해 1.5%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업의 실적 호전으로 채용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고졸 및 대졸 취업 희망자들이 대부분 직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올 봄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96.3%에 달했다.

일본의 실업률은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계속 상승해 2002년 6월에는 5.5%까지 올라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