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외교 종착역안착/한중수교 지켜본 노재원초대주중대사(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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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은건 남북한 “실타래” 푸는일/월남·중동 이은 제3도약 기대
노재원 초대주중대사대리(60)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과 중국 수교 이후 쏟아지는 일처리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면서도 북경 무역센터빌딩 4층에 자리잡은 임시 주중한국대사관 사무실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이 사무실은 수교 이전까지만 해도 북경 주재 한국무역대표부 사무실로 사용된 터였으나 지난달 27일 「주중한국대사관」 현판을 고쳐달게 됨으로써 분위기부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한중수교는 한마디로 그동안 한국외교가 추구해온 북방외교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양국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실인 셈이지요. 이제 남은 과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상태로 남아있는 남북한의 얽혀있는 매듭을 풀어 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 역시 선택의 카드가 분명해진 이상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말입니다.』
북방외교의 결실로 한중수교의 의의를 규정짓는 노 대사는 『이를 계기로 북한을 남북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동시에 대북한 외교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말했다.
노 대사는 그러나 남북협상의 재개는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 선언만이 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수교에 대한 중국측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요즘 대사관이나 상사 직원들은 현지인들로부터의 축하전화를 받기에 바쁜 모습입니다. 특히 「양국 수교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축하전보나 팩시밀리가 조선족으로부터 쇄도해 가슴 뿌듯합니다.
­중국 경제계 쪽은 어떻습니까.
▲무척 반기는 모습이지요. 벌써부터 각 성정부나 시정부의 한국시장 조사단·투자유치단 파견신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수교직전 중국 대외무역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무역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도권이 한국쪽으로 넘어왔다고나 할까요(웃음).
­한국기업의 진출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업진출은 크게 무역과 투자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무역은 지난해 37억달러에서 올해말까지는 80억∼90억달러 규모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일본은 91년말 현재 2백20억달러). 또 기업투자 부문은 현재 3백60건에 총2억5천만달러이나 올해안에 3천6백건으로 무려 10배나 증가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가급적 대기업보다 소규모 중소기업형 투자를 적극 권장할 방침입니다.
­관광 등 양국간의 인적교류도 크게 늘텐데요.
▲물론입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양국간의 우호를 해치지 않는 한 별도의 규제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8만명이나 올해는 13만명으로 추산되며 중국은 지난해 6만5천명(대다수는 조선족)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유학생 유입인데 한중수교의 여파로 홍콩·대만 등지의 유학생들이 중국을 찾는 역류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 혼선을 빚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북한측이 의외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앞서 헝가리·구소련 등과 수교할때 보인 반응과는 전혀 대조적입니다. 또 최근 북한 중앙방송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한다고 보도했는데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친미 제스처를 보이기는 비단 이번만은 아닙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중수교는 양국 이해에 따라 결실을 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걸림돌로 작용한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굳이 북한측의 양해나 동의를 구했다고 보기 힘들고 한국 역시 이와 관련해 나도는 20억달러의 차관제공설은 전혀 근거 없는 억측임을 분명히 밝혀둘까 합니다.
­연길조선족 자치구에 대한 정부입장은 어떻습니까.
▲자치구는 엄연히 중국의 행정조직입니다. 조선족 역시 혈통을 같이 하는 동포일뿐 엄밀히 말해 중국인입니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관리·통제는 있을 수 없고 순수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상의 지도만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측이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있었는데요. 노 대사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글쎄요.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북한외교의 재정립과 남북한간에 놓인 장애물 해소 등 분위기가 성숙돼야 하는데 아직은 이른감이 없지 않습니다.
­초대 중국대사의 중책을 맡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볼때 한중수교의 성사는 30년 외교관 생활중 가장 보람있는 「큰 사건」이며 더욱이 첫 중국대사의 영광을 안게돼 감개가 무량합니다.
60년대 월남전,70년대 중동붐을 타고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던 한국이 20년만에 다시 찾아온 국운상승의 호기를 맞아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 주어진 소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랜시간 감사합니다.<북경=전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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