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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 생활의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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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①차를 타고 갈 때 손으로 턱을 고여서는 안 된다. 특히 혀를 물면 큰일 난다. ②개를 보면 돌아가라. ③화물차가 간다. 재빨리, 하지만 조심스럽게 앞질러라. ④긴장만이 살길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첫째 경구는 도로 사정과 관련 있다. 중국 도로는 이곳저곳 파인 곳이 많다. 혀를 물었다간 정말 혀가 끊어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둘째는 광견병을 경계한 말이다. 중국에선 매년 수백 명이 광견병으로 죽는다. 그런데도 거리엔 고삐 풀린 개가 적지 않다.

셋째, 운전할 때 화물차 접근은 금기다. 짐을 허술하게 싣기 때문이다. 언제 적재물이 떨어져 목숨을 위협할지 모른다.

넷째 경구가 가장 적실하게 들어맞는 사례가 19일 상하이(上海)의 한 대학 분수대에서 발생한 감전사 사고다. 우리 연수생 한 명이 분수대에서 더위를 피하다 발을 잘못 디뎌 물에 들어서는 순간 사망했다. 옆에 있던 동료 연수생은 친구를 구하려다 역시 즉사했다. 학교 캠퍼스 내 분수대에 고압 전류가 흐를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방심은 금물이다.

중국 생활이 이처럼 열악하지만 너도나도 중국으로 몰려든다. 중국을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유학도 급증하고 있다. 일찌감치 자녀를 '중국통'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열망은 조기 유학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 혼자 보내기도 한다. 중국 유학은 꼭 필요한 것일까.

중국 유학 길에 오르는 학생은 한 해 평균 5000여 명(단기연수 포함)이다. 현재 중국 전역에 5만여 명의 한국 유학생이 있다. 두루뭉수리로 묶어 중국 유학이지 내용은 사실 천차만별이다. 일반 연수생, 석.박사 유학생, 조기 유학을 통한 대학 진학생 등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조기 유학을 통한 대학 진학의 경우를 보자. 길은 두 가지다. 국제반이 설치된 학교를 찾는 것이 첫째다. 국제부에서 중국어 실력을 쌓은 뒤 현지반으로 배치된다. 국제부가 없어도 외국인을 받도록 허가된 학교가 있다. 나머지 학교는 외국인을 받을 수 없다.

어렵게 학교를 찾으면 부모는 안심한다. 그러나 정작 시련은 이때부터다. 우선 중국어 배우기가 간단치 않다. 끊임없는 과외 지도와 부모의 학습 점검이 필요하다. 또 있다. 수학.물리.화학.역사를 모두 중국어로 공부해야 한다. 우리 말, 우리 역사를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교육 내용도 문제다. 중국 교육은 국가관을 중시한다. 예컨대 중국 국가인 '의용군 진행곡'을 주문처럼 외워야 한다. '노예 되기를 원치 않는 인민들이여, 우리의 피와 육체로 새로운 장성(長城)을 쌓자'라고 노래해야 한다. 전투와 혁명 얘기로 가득 찬 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교 교육은 암기와 질서, 통일과 복종을 중시한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학교 설비가 현대적이지만은 않다.

반면 학비는 만만찮다. 국제반이 있는 중.고교는 1년 학비가 4만~5만 위안(약 480만~600만원)이다. 중국 학생이 내는 학비의 10배 가까이 된다.

대학의 경우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렵다'로 요약된다. 베이징(北京).칭화(淸華)대 등 일부 명문 대학의 경우 외국인끼리 5 대 1, 혹은 10 대 1 정도의 경쟁을 거치지만 상당수 대학은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졸업자 수는 입학생의 1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중국 유학은 좋다. 그러나 시쳇말로 '쌍코피가 터지게' 공부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부모의 희생과 학생의 동의는 그래서 필수다. 이런 준비 없는 중국 유학은 수렁이 될 공산이 크다.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진세근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