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비방·영남권 공략에 선봉/DJ 적극지지 깃발든 이기택공동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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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기택민주당대표가 같은 공동대표인 김대중 대통령후보의 당선을 위해 점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보름전만 해도 전당대회 대의원문제 불만으로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여 김 대표의 속을 썩였지만 요즘 사뭇 달라졌다.
이 대표는 지난주초 자신의 민주계위원장 모임에서 『김 대표께서 밤잠도 못자고 열심히 전국을 누비고 있는데 시간이 남았다고 지켜보는 자세를 버리고 앞장서서 뛰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제껏 민주계위원장들 모임에선 계파지분·당권 등 당내문제만 갖고 얘기하기 일쑤였다. 그에 비하면 최근 이 대표의 이 발언은 김 대표를 기분좋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대표는 당원대회·세미나 등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변절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김 대표뿐이고,경제난국을 극복할 확실한 인물』이라며 「유일대안론」을 제시한다.
세대교체론자인 이 대표는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썩어빠진 6공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선정권교체­후세대교체」론을 펴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 대표는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이 대표가 앞장서 도와주는데 이 대표를 나중에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고 대통령선거후 당락에 상관없이 이 대표의 당권장악을 지원하겠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달말께 구성하는 대통령선거본부의 위원장을 맡아 「뉴DJ플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조연역할을 담당할 각오다.
김 대표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영남쪽과 기득권층에 대한 공략이그의 몫이며 무엇보다 김영삼민자당총재에 대한 강도있는 공격을 퍼붓는 「악역」임무가 주어져 있다.
온건·합리의 뉴DJ이미지로는 하기 껄끄러운 말들을 이 대표가 맡아 역할분담을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5일 대전대회에서 『변절자인 김영삼총재는 관권부정선거의 공범이며,부정선거획책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한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것은 계파갈등의 요인이었던 대의원자격 문제를 김 대표가 좋은 방향에서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신민계(김 대표계)가 압도적인 지방의원에게 전당대회 대의원자격을 부여하는 대신 지구당위원장 선임 대의원수를 늘려 양계파간 6대 4지분을 유지하겠다고 함으로써 이 대표의 장래위상을 보장해준 것이다. 지난달 23일 힐튼호텔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장시간 대통령선거 전략과 선거후 당체제에 대해 이해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로서도 더이상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다간 「DJ이후 당권」을 노리는 경쟁자들에게 추월당할 우려때문에 한층 적극적인 DJ지지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계로 총선에 당선된 이부영최고위원은 소장파 개혁성향의원들을 끌어모아 「민주개혁정치모임」을 결성,당내 제3의 세력으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고,김 대표 주변에서도 이 대표의 소극적 움직임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또한 민주계의 김정길최고위원,노무현 전 의원도 김 대표의 승리를 위해 적극 매달리고 있으며 김상현최고위원 등 신민계 중진들도 대선의 전력투구를 통해 2인자 경쟁대열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는 더이상 자세전환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한듯 하며 나름대로 명분과 실리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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