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 왕 족발』<서울 서초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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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저녁 퇴근길에 종종 가는 나의 단골집이 있다.
사무실을 나서서 서초동교대 후문 맞은편 골목길로 들어서면「두메 왕 족발」((588)9800·9822)이란 간판이 나를 반긴다.
이곳은 어느덧 내가 평소 다루는 법률문제를 벗어나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 족발 한 접시에 소주2∼3병을 시켜놓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휴식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나의 스태미나의 산실이기도 하다. 듣기에 족발은 녹각·인삼·당귀·계피 등 열 서너 가지의 한약재를 넣고 삶기 때문에 위생적일 뿐 아니라 영양이 풍부하여 아이들이나 임산부에게도 아주 좋다고 한다. 더욱이 두메의 족발을 다듬는 할머니의 솜씨가 무려 30여년 동안이나 축적된 노하우라고 하니 더더욱 믿을 만 하다.
게다가 가끔 주인양반이 농장에서 직접 키우는 토종닭의 유정란으로 만든 달걀말이까지 합세하면 즐거움은 두 배가된다. 한마디로 두메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식품들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요즈음 값싸고 맛있는 무공해 식단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게다.
건강 장수하는 것이 우리의 커다란 바람중의 하나이며 인생의 즐거움의 하나가 짭짤한 먹을거리일진대 각자 취향에 맞는 단골집이 있어 먹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크나큰 행복일 것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지금쯤이면 술 한잔과 족발 몇 쪽에 풀어질 얘기보따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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