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거산 큰 그늘로”/민정·공화계 소멸 바빠진 “헤쳐­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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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 대표·박 위원 충성다짐에 「반YS」와해/이통돌파·총재취임 직후 단일체제 가속
민자당내 최대 계파였던 민정계가 와해되고 있다. 공화계는 지난 총선결과로 사실상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김영삼총제체제의 출범과 함께 여권은 언제 계파가 있었느냐는듯 YS중심으로 흡인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최근 「이동통신파동」과 김 총재 취임을 계기로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문제로 김 총재가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을 당시 1백10여명에 이르는 민정계출신 의원중 청와대 입장을 지지한 의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김영삼총재 취임을 전후해 김 총재에 대한 김종필대표가 박태준최고위원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깍듯해졌다. 김 총재가 총재취임전 이동통신문제와 관련한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화를 벌컥 내자 김 대표와 박 최고위원은 『고정하십시오』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 대표·박 최고위원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김 총재를 정점으로 한 단일지도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더이상 계파 수장역할을 할 수 없게 된데도 그 요인이 있지만 당내기강을 세우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측면도 있다.
김종필대표는 이동통신문제 해결의 중재역을 자처했으며 자신의 제1과제를 김 총재를 위한 내조역할에 두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앞으로 당내에서 「위화」라는 단어가 절대로 나와서는 안되며 이제 계파를 없애야 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김 후보를 결사 반대했던 박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 역할을 통해 신뢰회복을 위한 「마지막」노력을 하겠다는 각오다. 김 총재의 대선승리후 논공행상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그동안 자신이 YS에 대해 했던 언행과 관련,YS의 「무서운 일면」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20일 김 총재와 단독 회동,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박 최고위원이 이자헌·양창식·조영장·박범진·박명환의원 등 15명 가량의 민정계출신 의원들과 이따금씩 만나지만 반YS성향은 일절 내비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정계의 반YS정서는 사실상 와해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간보스들을 중심으로 소그룹모임을 가지며 정치풍향을 주시하고 있다. 중진의원 중에선 김윤환·이춘구·이한동·박준병의원 등의 활동이 그런대로 활발하며 대선후 불어닥칠 변화와 정계개편을 겨냥한 준비운동의 성격이 짙다.
이들중 김 총재 후보만들기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김윤환 전 총장은 김종호·이웅희·김영광의원 등 추대위 멤버들과 신경식의원 등을 수시로 접촉,관계를 유지하는 등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김 총재의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른바 신민주계가 바로 그들이다.
이춘구 전 총장도 최근 여의도에 개인사무실을 개설하고 민정계출신 의원들과 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다. 안무혁·김종인·이해구·장영철의원 등 주로 「중량급」초·재선 의원들과 경제관계 세미나를 갖기도 한다. 그의 성격탓에 계보활동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노태우대통령의 퇴임후 상황을 고려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이란 해석이 있다.
이한동의원도 그동안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경기지역 의원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이 선거전의 판세를 좌우한다는 점을 내세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준병의원 역시 최근들어 충청지역 시·도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을 자주 만나고 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선때 열심히 뛰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6공 전반부 최대세력을 형성했던 박철언의원은 그동안 여의도 63빌딩·마포 등지에 산재해있던 개인사무실과 연구소 등을 양재동 K빌딩으로 축소·통합한후 자신의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위세등등했던 월계수회는 사실상 없어졌으며 박 의원은 김 총재체제 등장후 찬밥신세를 우려해 탈당을 시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와중에 최근 최병렬의원과 이명박의원 등이 중심이 돼 탈계파 모임인 「한백회」(한라산·백두산회의 준말)가 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강신옥·노승우·백남치·김길홍·김영일·이승무의원 등 각 계파출신 20여명과 무소속의 허화평의원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돈안드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법 개정방향과 정책 아이디어 등을 개발,당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백회는 계파를 초월한 연구모임이란 뜻에서 회장도 두지 않고 매주 한차례씩 모여 현안을 토의한다. 이같은 계파해체현상은 대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더 한층 가속화되어 김 총재 중심의 단일계파에 몇몇 중진들의 친목모임으로 재편될 전망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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