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제도 문제 많다/불복절차 없어 전과자로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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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유죄입증 못할땐 슬며시 석방
형사사건에서 죄는 인정되지만 굳이 처벌할 사안은 아니라고 검사가 판단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제도가 헌법소원 외에 사실상 불복할 길이 없고 이 때문에 결백을 주장하는 피의자의 경우 누명을 벗을 적절한 수단을 찾지 못한채 「전과자」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하는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소매치기 사건과 같이 검찰이 법정에서 피해자 등 뚜렷한 증거가 없어 피의자의 유죄를 입증키 어려울 경우 슬그머니 풀어주는 편법수단으로 변질되는 등 본래의 취지가 악용될 소지도 많아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 경찰관들의 피해자 조작으로 소매치기로 몰린 중학생 2명의 경우 강모군(13)은 법원의 불처분 결정으로 무죄로 판정됐으나 공범(이모군·14·서울 H중2)은 지난달 13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수감 됐다 기소유예 처분된뒤 검찰이 재수사를 거부,「특수절도­기소유예」란 전과기록은 여전히 남게됐다. 이에 따라 이군 가족은 24일 『무혐의로 하든지 재판을 받아 무죄를 입증할 수 있도록 기소를 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또 빈 동전지갑 한개를 소매치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11월19일 기소유예 처분으로 풀려난 주모군(16·S공고1)도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처분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중앙일보 7월25일자 23면 보도).
특히 주군의 경우 처분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만 가능토록 돼있는 헌법소원 기한을 넘겨 구제의 길이 완전히 막혀있으며 명예훼손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형사상 처분결과는 그대로 남아 평생 전과자로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세중변호사는 『객관적 증거가 뒷받침 되지 않는데도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않고 기소유예 하는 것은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리려는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한 검찰권의 남용』이라며 고소사건에서 피고소인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항고하는 제도가 있듯 기소유예에도 유사한 불복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소유예=검사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초범이나 죄질이 중대하지 않은 범법행위에 대해 선도차원에서 벌을 면제해주는 제도이나 일단 유죄를 전제로 한 처분이기 때문에 전과자로 남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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