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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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는 오래 전부터 헌 종이 모으기를 실천하고 있다. 모으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버리기가 아까워 시작한 것이었다.
신문지·헌책·광고용지·과자 속에 있는 종이까지도 박스나 봉투에 넣어 한달 가량 정도 모으면 두 박스 정도 된다. 그것을 고물상에 가져가면 세탁비누 한 장을 준다.
모은 정성에 비하면 대가가 너무 빈약하지만, 내가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자부심 때문에 마음이 가볍다. 처음 헌 종이를 모을 때 식구들이 모두 반대했다.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이 운동이 생활화돼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
우유팩이나 야쿠르트 병도 전 같으면 쓰레기로 버렸지만 지금은 물로 씻어 자원으로 쓰고 있다. 우유팩은 휴지로, 야쿠르트 병은 비닐로 재생된다니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자원으로 이용할 것이 많다.
그런데 음식찌꺼기 줄이기는 갑자기 손님이 오시 든가, 별미를 해 먹을 땐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럴 땐 다부진 마음을 항상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시장에 가보면 주부들의 알뜰 구매를 많이 보는데 좋은 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전에 없던 이상한 진풍경을 자주 본다.
그것은 쓰레기더미를 예사로 큰길 인도 옆에 쌓아 두는데 보기도 흉할 뿐 아니라 비닐이 터져 내용물이 그냥 쏟아져 있는 것이다.
분리수거도 안 되는 내용물이라니. 왜 그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다. 내 주위의 쓰레기만 아무렇게나치운다면 그만 이라는 선입관이 작용한 것일까.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무수히 짓밟히는 담배꽁초·비닐종이 등은 누가 버리고 누가 치워야 한단 말인가.
우린 언제까지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절실한 호응요구도 마다한 채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라는 안일함만 추구해야 할까. 쓰레기통이 엄연히 있는데도 던져버리는 습성은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주위를 돌아볼 줄 알며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려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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