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잔액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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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올 들어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전달보다 대출액이 줄어드는 건 6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맞물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보다 빌렸던 돈을 갚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금리가 부쩍 오른 데다 돈 빌리기도 크게 까다로워진 만큼 주택담보대출은 당분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2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SC제일은행.농협 등 7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일 현재 189조6294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9794억원이 줄었다. 은행별로는 SC제일은행이 13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채권(RMBS) 발행 등의 영향으로 1조4454억원(7.7%)이 줄었으며 외환은행도 193억원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8조2000억원 늘었던 우리은행은 지난달 47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들 7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3개월 연속 뚜렷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에서 집계하고 있는 은행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월간 증가액은 지난해 12월 3조1841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올 1월 7467억원으로 증가세가 꺾이더니 2월 4140억원, 3월 438억원, 4월 209억원 등으로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체 은행권 담보대출도 이달 중 6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왜 줄어드나=올 들어 금융당국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잇따라 나서면서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0.13%포인트나 올라간 금리 부담도 이유다.

정희식 한국은행 통화금융팀장은 "1년 내에 기존 집을 팔겠다고 약속하고 대출을 받았던 처분조건부 대출자들의 매물도 상반기 중 쏟아질 전망"이라며 "대출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7월부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이 출연 요율을 올리고 은행이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부담하는 제도 등이 시행되면 주택담보대출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주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30~0.50%포인트 인상할 방침이어서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주택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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