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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선경선 출마 일문일답 "대운하, 난센스 중 난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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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27일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경선의 들러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5월 29일부터 시작되는 전국 순회 정책토론회를 통해 5% 지지율을 넘어서고, 검증을 거치면서 10% 지지율을 넘어서보겠다"고 했다. "조직과 세가 없이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특별히 가까운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배신이 아니냐'고 묻자 "나는 이 전 시장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와도 특별한 관계"라며 "정치적 선택, 한나라당을 위한 선택으로 봐야지, 배신이다 아니다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해서도 "환경과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은 홍준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사전 교감이 있었나. 경선 출마가 이 전 시장에 대한 배신은 아닌가.

"박근혜 전 대표와도 특별한 관계다. 지난번 내가 서울시장 후보 중 하나로 나섰을 때 이명박 시장은 의(義)를 버리고 현실을 선택했다. 그 때 나는 (이 전 시장이 친분있는 나 대신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택한 것을 두고)'배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정치적 선택'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다. 정치적 선택, 한나라당을 위한 선택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배신이다 아니다를 거론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이 전 시장이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집중 비판했다. 구체적인 비판의 근거는.

"경인고속도로가 화물 운송 기능을 상실했다며, 경인 운하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다. 40km도 안되는 경인 운하를 만드는데 기획비용만 27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그 짧은 경인 운하 만드는 데도 중지를 모으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예컨대 천성산 터널을 뚫을 때 도롱뇽이 서식하는 습지 보호를 위해 환경단체가 거의 1년 가까이 반대하지 않았나. 여기 낭비된 국가 예산이 2조원 가까이 된다. 사패산 순환도로 만들때도 환경 문제로 맞서면서 수천억원이 낭비됐다. 이것은 우리 나라가 이미 개발이 아니라 환경이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 전 시장 측은 대운하 구상을 말하면서 네덜란드 예를 드는데, 네덜란드는 운하의 나라다. 국토 전체가 해수면보다 낮다. 강수량도 일정하다. 기후 조건이 1년 열 두달 같고, 수량이 거의 변함없는 그 나라에서는 적절하다. 그러나 산악 지형에 연중 70 ̄80%의 강수량이 장마철에 집중되는 우리 나라가 운하를 한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대운하를 하려면 강바닥을 파헤쳐야 하는데, 그 경우 복원하는 데 50 ̄60년이 걸린다. 독일 선례가 있다. 운하에 대개 지하수를 사용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는 강물을 써야한다. 한국 대도시의 거의 절반이 강에서 마실 물을 얻는다. 그런데 운하를 만들면 사실상 지표수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럼 부산과 대구 시민들은 어디서 물을 얻는가. 생수를 먹어야 하나.

지금 수질개선에 낙동강에 7600억원 한강에 2조 200억원이다. 운하때문에 강물을 끌어대면 물이 썩는다.

최근 해양 오염 사고 통계를 보니 모두 24건이다. 낙동강 물을 막으면 제일 먼저 안개가 발생한다. 만약 수원지 근처에서 해양 사고가 나면 수원지 자체가 없어지는 거다. 해양 오염 사고가 났을 때 순시선 외에 경유선을 띄우지 않는다. 오염때문이다.

운하와 관광을 엮는 구상도 비현실적이다. 유럽 사례를 드는데 유럽은 국제 크루즈 선이다. 한강 세모 유람선이 벌써 세번째 망했다. 장사가 안되서다. 왜 안되느냐, 파리 세느강에 가보면 국제 관광객들이 파리 세느강을 타고 돈다. 왜냐면 그게 나폴레옹 시대에 준설한 26m 운하에 양쪽으로 16, 17세기의 유적지가 즐비해서다. 그런데 대한민국 한강 유람선은 타고 가면 아파트 뿐이다. 하물며 한강 유람선도 안되는 판에 대운하 관광을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 중에 난센스다. 한강 대운하는 네가티브가 아니라, 이건 당에서 직접 검증을 해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갈 사람이라면, 당에서 검증해 불가하다 이렇게 말하면 거둬들여야 한다. 그것이 본선에서 우리가 환경단체라든지 국민들이 실상을 알게되면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차라리 경부 고속도로 복층화를 진행한다면 일자리 백 만개는 만들 수 있다."

- '성인 1인 1주택'이상 보유 금지는 사유재산권 침해 아닌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제도다. 부자들은 수백억 나가는 집을 사고 토지보유세 많이 내고 주택보유세 많이 내면 된다. 별장이나 콘도는 별도다. 다만 한 채만 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집을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 한 주택만 가질 수 있다는 자격을 주자는 얘기다. 다주택자는 법인을 만들어서 임대 사업을 하면 된다. 탈세 원천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임대사업자로 법인화하라는 것이다. 임차료나 상환금액을 정부의 규제를 받고 그런식으로 정리를 해서 성인 1인이 1주택만 갖자는 얘기다. 이는 공공복리를 위한 소유권 제한을 규정한 헌법 37조 2항에 근거를 둔다. 농지를 1만5000평 이상 갖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누구도 여기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에 내놓은 토지소유상한제는 1998년 등장했던 택지소유상한제와 다르다. 당시 서울의 경우 200평 이하 택지를 못가지도록 규제했지만, 이번 제도는 탄력적으로 땅을 가질 수 있도록 해뒀다."

-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구상에 대해 얼마나 연구했나.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출마했다면서 정책은 더 좌파적인 느낌인데.

"지난 10년 간 좌파정권이 보수 우파들이 못한 것 많이 했다. 성장보다 분배, 냉전에서 평화공존 시대로 이행하도록 이끈 것 등이다. 그러나 이분들은 너무 편을 갈랐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대를 끌어안고 가지 못했다. 우리도 유럽처럼 좌파 10년 쯤 지나면 진보가 다시 들어오고 이런 식의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대한민국 검사 출신이다. 대한민국 보수 중 보수에 속하는 집단이다. 합리적인 보수를 얘기하는 것이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지 않으려는 보수들의 책임을 얘기하는 거다. 가진자들이 양보하고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가진자들이 자꾸 대물림하고 돈을 더벌기 위해 국가경제를 무시하는 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문제다. 이건 좌파가 아니라, 건전한 우파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반값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번에 경선안을 바꾸려는 이 전 시장을 향해 '만석꾼이 쌀 한 섬 더 가지려고 한다'고 꾸짖지 않았나. 가진자들이 좀더 양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다. 그게 소위 보수 혁명, 보수 개혁론이다. 이걸 좌파 정책이라고 이해한다면 곤란하다.

내가 환경노동위원장이다. 성장이나 모든 문제보다 환경을 어떻게 가꿔 나갈 것이냐. 행복지수를 어떻게 높여갈 것인가. 청계천은 환경이다. 이는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여유 공간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청계천 사업이 국민들의 각광을 받고 2000 ̄3000만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금년은 지구 온난화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심각하다.

대운하 검토는 오래됐다. 1996년 이 전 시장이 처음 얘기를 할때부터 '어렵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는 1978년 오원철 경제수석이 대운하 타당성을 검토했을 때 환경적으로 어렵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 '들러리 서는 경선'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검사를 처음 시작할 때 저보고 돈키호테라고 했다. 4년차 검사일때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을 수사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에 안기부 기조실장을 전부 잡아넣으려고 했다. 모두 미친놈이라고 했다.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할 때도 모두들 돈키호테라고 했다. 6월말 4차례에 걸친 정책토론을 통해 5% 지지율을 넘어서보겠다. 그럼 빅리그 진입이 된다고 하니까. 지금은 내가 '트리플A(미국 프로야구에서 마이너 리그 중 최상위 수준을 가리키는 말)'정도 되지 않나. 당의 검증을 거치면서 10%를 넘어서보겠다. 조직과 세가 없이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정치는 상상력의 게임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상상력이 충족되면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 상상력에서 지면 나는 질 것이다. 내가 1월 중순에 朴-李 어느 캠프에 가서도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정책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나설 시점이 언제냐를 고민하면서는 두 주자가 첨예하게 맞설 때, 국민들이 짜증스럽게 보는 시점을 골랐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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