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1% “舊여권 정계개편 관심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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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02면

비(非)한나라당 진영의 정계개편 논의와 움직임이 한창이다. 연말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한데 뭉쳐야 한다는 ‘대통합’이 주된 내용이다. 현재 비한나라당 진영의 정당 지지도를 모두 합쳐도 한나라당 지지도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대선과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구여권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20·30대 무관심 높아 … 열린우리 지지자 66%도 ‘시큰둥’

비한나라당 진영의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물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만큼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한 반면, 71%의 국민은 ‘대선 승리를 위한 인위적 정계개편이므로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대통합은 국민의 뜻’이라는 몇몇 정치인의 거창한 구호가 무색해지는 조사결과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들의 특성이다. 전통적으로 비한나라당 지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대(88%)와 30대(82%) 연령층, 직업별로 화이트칼라(77%)와 학생(92%) 등이 거의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는 계층에서조차 3분의 2가 무관심하다고 답했다. 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구여권 정치세력의 필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전체는 물론 비한나라당 지지층에게 더 외면당하고 있는 셈이다.

비한나라당 진영의 정계개편에 국민이 무관심한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이미 구여권이 국민에게 너무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 겉으로는 통합을 외치면서도 서로 ‘너 때문에 망했다’, 혹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 속에 아무런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구여권의 대통합 논의가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논의 과정에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이 목표인 정계개편으로는 자신의 지지층에게조차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왜 한나라당을 이겨야 하는지’ ‘통합이 국민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와 같은 원칙과 비전이 모호하다면 앞으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대선까지 이젠 200일 정도 남았다. “제대로 힘도 한번 못 쓰고 콜드게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염려처럼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갈 길은 먼데… 여전히 국민은 없고 구여권 정치세력 간 노선 갈등만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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