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용서 구했어야 …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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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처음부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어야 하는데 거짓말을 해 죄송합니다. "

구속된 한화그룹 김승연(55.사진) 회장이 법원에 석방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 김 회장은 "잘못을 모두 시인하고 피해자와 합의도 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속적부심사는 '더 이상 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피의자 측 요청에 따라 법원이 이를 판단하는 제도다.

17일 검찰에 송치된 뒤 서울구치소를 오가며 조사받아온 김 회장은 이날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원에 나왔다.

김 회장은 비공개로 이뤄진 심사의 최후진술에서 "처음부터 사실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구속된 뒤 다행히 피해자들이 합의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변호인 측은 전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다른 경제인들에게 피해를 줘 죄송하다. 죗값을 치르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1일 열렸던 영장실질심사 때와는 달리 언성을 높이거나 흥분하는 기색 없이 시종 차분한 어조였다고 변호인 측은 말했다. 변호인들은 이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고 한화그룹의 경찰 회유설은 근거가 없다"며 김 회장의 석방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 회장에 대한 신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이상훈 수석부장판사)는 "당초 김 회장을 구속한 사유가 적법했고 지금도 계속 구속 필요성이 있다"며 석방 불가 결정을 내렸다.

김 회장과 별도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경호과장 진모(40)씨의 청구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한편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퇴임 뒤 법무법인 대륙의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인 권성(66)씨가 변호인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헌법재판관 출신이 본재판 아닌 구속적부심사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권 변호사는 "김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고 가족의 요청이 있어서 사건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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