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디테일! 그림 속 숨은 열쇠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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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디테일
-가까이에서 본
미술사를 위하여
다니엘 아라스 지음
이윤영 옮김, 숲
510쪽, 3만원

언젠가부터 그림엔 '읽는다'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초보자들을 위한 교양서가 대개 그런 제목이거니와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미술관 투어도 마찬가지다. "자, 옷의 풍성한 주름을 보세요. 가장 권위있는 자를 나타낸 것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미술사가인 지은이는 그림 속 디테일의 의미와 기능을 방대하게 살펴 그간 행해진 '미술 독해'의 단면성과 오류가 무엇인지 꼼꼼히 짚어낸다.

우선 디테일은 작품을 해독하는 작은 표식일 수 있지만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액세서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디테일의 의미를 찾는 일은 조심스럽다.

만약 이것이 일정 '공식'에 의해 풀이된다면 독창적인 것에서 진부한 것만을, 알려지지 않은 것에서 알려진 것만을 확인할 뿐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예가 있다. 고대 미술사가인 살바토레 세티스는 조르조네 작품 '폭풍'을 해석했다. 그림 속 군인은 아담, 여자는 카인에게 젖을 주는 이브란다. 이는 여인이 밟고 있는 땅의 균열이 뱀이 지나간 흔적이라고 보기 때문인데, 뱀은 여인에게 밟혀죽을 저주받은 동물이라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서 비롯된 인식이 바탕이 됐다. 실제 그려지지도 않은 뱀을 수수께끼의 열쇠로 삼아 전체를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디테일은 그 자체로 힘이 세다. 마치 사진같은 그리스도의 시신 그림에서 관객은 묵상보다 그 붓놀림에 빠진다. 미켈란젤로는 관객을 열광시키려 손발만을 '편애'해 그렸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초상화의 주인은 그림을 잘라 디테일만 즐겼다. 역설이지만, 디테일은 더이상 규칙과 조합에 얽매이는 '부분' 이 아니다.

이제 저자는 관객들에게 "스스로 아는 것이 아니라 화가가 그린 것을 보라"고 요구한다. 감상의 즐거움은 지식의 확인이 아닌 그림 앞에서 느끼는 놀라움이라며.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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