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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한중 경협/고부가상품 개발 급하다(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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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동집약 상품 수출경쟁 가속화/「부머랭」 우려속 “적극 참여해야 득”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마침내 국교를 수립하게 되었다.
더욱이 이 국교수립에 있어 경제적인 요인이 과거 양국관계의 중심이 되어왔던 정치적·이데올로기적인 요인을 압도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이는 탈냉전의 세계적 조류가 동북아시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며,앞으로 국제관계에 있어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심적인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의 한중수교는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며,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대되어온 양국간 경제교류 및 그밖의 여러 인적 교류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간의 외교관계가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경제교류는 급속히 증대되어 왔으며 이는 양국 경제가 갖는 높은 보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 양국수교는 경제적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또한 중·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나타낼 것인가. 양국수교는 곧 적절한 후속절차를 통해 그동안 양국 경제교류상의 문제가 됐던 출·입국절차의 복잡성,정기직항공로의 부재,지사설치 및 활동의 제한,2중과세 문제 등을 조만간 해결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이미 체결되었던 무역협정 및 투자보장협정의 효과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양국간의 경제교류를 더욱 원활히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교역면에 있어서 금년들어 우리상품에 대한 차별관세 철폐와 중국의 전반적인 수입증가로 인해 이미 급속하게 증가하던 수출의 증가속도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특히 아직까지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간접교역이 빠른 속도로 직접교역으로 대체되어 갈 것이다.
수입 역시 각종 원자재를 중심으로 증가추세가 지속될 것이고 조정관세의 적용을 통한 수입억제는 더욱 선별적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교역상의 장애가 대부분 해결되어 있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교역규모의 확대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우리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커다란 질적 변화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우리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중소기업의 소규모투자가 대종을 이루어 왔으며 일부 대기업투자도 시험적 성격을 띠는 소규모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교이후에는 대기업에 의한 본격적인 투자진출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이점이 중국측이 수교를 통해 가장 기대하는 측면이 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대상은 전자·섬유·자동차·철강 등의 분야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이며,석유·석탄 등 자원개발분야,그리고 각종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한­중간의 경제적 보완성과 함께 양국 경제의 경합적 측면 역시 크게 존재한다. 이미 상당정도 나타난 것은 선진국시장에 대한 노동집약적 상품수출에 있어서의 경쟁관계다.
중국은 풍부한 저임 노동력과 주로 홍콩·대만의 기술 및 자본과의 결합을 통해 의류·신발·가전제품 등 전통적인 우리의 주력 수출품 시장을 잠식해 왔고,이제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우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이들 노동집약업종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업종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며,몇부문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수동적으로 중국과의 교역이나 투자를 억제함으로써 중국의 경제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작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있어 부머랭효과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지만,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 과정에 수반되는 수요를 찾아내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과,우리 경제를 보다 빨리 기술집약적·지식집약적 경제로 고도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중 경제관계는 중·장기적으로 더욱 밀접해지게 되고,중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결과는 중국을 포함하는 국제적인 환경의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법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김시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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