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내달 휴양 겸한 전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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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마라톤 영웅」황영조(황영조·22·코오롱)가 오는 9월초 번잡한 서울을 떠나 외국이나 지방의 오지로 휴식을 겸한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는 이동찬(이동찬)코오롱그룹 회장과 박정기(박정기)육상연맹회장이 황영조를 세인의 관심속에서 잠시 떼내어 훈련에만 전념케 함으로써 차기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자는 배려에서 이루어진 것.
더구나 여론의 일각에서는 황영조에 대한 지나친 환대가 자칫 어린 선수의 자만심을 부추겨 선수로서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던 터였다.
코오롱과 육상연맹이 검토하고 있는 전지훈련장소는 미국의 콜로라도나 일본의 홋카이도·호주 등 현지 교민이나 매스컴의 추적이 쉽지 않은 곳. 일본의 경우 우리와 풍습과 언어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훈련장소로 우선 검토됐으나 이 소식을 접한 현지 거류민단과 대한체육회 일본지부 등에서 또다시 황의「금메달 환영회」등을 계획하고 일본 매스컴도 취재에 깊은 관심을 보여 일단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지나친 관심과 환대를 피해 훈련을 떠나는 마당에 외국에 가서까지 또 다른 환영행사에 시달릴 수는 없다는 게 육상연맹의 구상이다. 따라서 미국 행이 현재로서는 유리한 셈.
일본의 경우 지난 70년대 말∼80년대 초까지 세계마라톤을 석권하던 초대영웅 세코가 국내 팬들과 보도진의 과잉반응과 다른 선수와의 위화감 등을 고려, 호주나 미국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낸바 있다.
코오롱이나 육상연맹은 황영조의 외국행이 실효를 거둘 경우「세코」의 전례처럼 오는 96년 아틀랜타 올림픽까지 황을 전담코치와 함께 외국과 국내를 오가며 훈련시킨다는 방침. 대신 앞으로 2년 간은 국내외 어떤 마라톤에도 출전하지 않고 장거리대회에만 참가, 스피드를 보완할 계획. 그러나 외국 전훈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의 사찰이나 경주 코오롱호텔, 코오롱의 이 회장 별장이 있는 속초 등 한적한 곳에서 조깅 등을 하며 몸을 만들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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