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공인인증制 정착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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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개인에게 공인인증서를 무료 발급해 온 공인인증 기관들이 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개인에게는 무료로 인증서를 발급해 왔으나 대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경영 부담을 견딜 수 없어 이를 유료화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신분증이자 인감도장으로도 불리는 공인인증서가 국내에 도입된 지 5년이 됐다. 개인용 인증서 발급은 8백만장을 넘어섰고 국내 대부분의 법인은 법인용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전자입찰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인감'으로 불리는 인증서 이용이 확산하는 것은 안전한 인터넷 거래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과, 익명성이 난무하는 인터넷에서 실명성을 도입하려는 제도적 뒷받침 때문이다.

한국의 공인인증제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인터넷 인프라 중 하나다. 사용자에게 보다 친숙하고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 시스템은 중요한 국가 정보기술(IT) 인프라로 지식 정보사회의 질서 확립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공인 기관들의 경영상 이유로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1990년대 말 국내에서 인터넷이 확산될 당시 닷컴 기업들은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 결과 네티즌들은 인터넷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을 갖게 됐고, 닷컴 기업들이 뒤늦게 유료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공인인증서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 기관들이 이런 닷컴 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유비쿼터스 지식정보사회가 이상적인 스마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인증과 보안이 핵심 기술이다.공인인증서 시스템의 지속적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 재원은 기관의 일방적인 출혈이 아닌 사용자 모두의 힘이 모여야 가능할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