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산업 붕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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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 K치킨점은 요즘 닭을 주문하는 전화가 뜸해졌다. 이 업소 鄭모 사장은 "예전에는 하루 50마리 정도 팔았는데 조류독감이 발생한 후 절반으로 줄었다"며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되는 판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닭.오리와 관련된 사육.가공.판매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유통업체의 닭.오리고기 매출이 30% 이상 줄었고, 치킨점 등 닭.오리고기 가공판매업소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오리농가들은 사육을 기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오리 가공업체인 ㈜화인코리아가 지난 19일 최종 부도 처리되는 등 피해가 확산될 조짐이다.

◇닭.오리고기 판매 급감=롯데마트의 경우 조류독감이 확산되기 시작한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의 닭고기 매출이 지난주 같은 기간에 비해 33.4% 줄었다. 오리고기 판매는 35.5% 줄었다. 신세계 이마트 역시 닭고기 판매가 30% 이상 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조류독감 발생 소식이 알려진 후 판매량이 크게 줄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일 고건 총리와 허상만 농림부 장관 등이 삼계탕으로 점심을 먹은 데 이어 22일 양계업체들이 대규모 시식회를 여는 등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조류독감 발병 이전인 지난 10일 ㎏당 9백91원 하던 닭고기 가격은 16일 8백16원, 19일 6백93원으로 폭락해 양계 농가들은 생산비(㎏당 1천원 이상)도 건질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정부는 닭고기값의 폭락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22일 닭 2백50만마리를 긴급 수매키로 했다.

◇오리고기 생산기반 붕괴=충남 천안시 김종영 축산계장은 "조류독감이 발생한 천안시 H사는 전국 50여 종오리농장 중 22곳에 종오리를 공급해 전국적인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며 "종오리 공급 차질로 오리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서 오리 1만6천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강모(40)씨는 "전반적인 소비 부진으로 적지 않은 오리농장들이 폐업을 검토하고 있는데, 조류독감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되면 사육을 포기하는 농장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최대 오리 9만마리, 닭 30만마리를 도축.가공해 국내 오리고기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인코리아가 지난 19일 부도처리됐다. 부도여파는 사육농가 및 판매업소 양쪽 모두에 미치고 있다. 나원주 사장은 "조류독감으로 지난 11일 수출 길이 막힌 데다 17일 이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 부도의 치명타였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오리생산 및 가공을 체계화하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8백만마리에 이르는 오리 중 상당수를 예방 차원에서 땅에 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부.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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