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제3세계와 온정 나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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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민들이 모아준 기증품을 되팔아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가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판매한다. 그러면 재활용품 판매와 수입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쓰던 물건을 팔아 한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듯 가난한 제3세계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값을 주고 수입해 무역의 이익을 나눠 세계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름다운 무역'을 담당하는 이일형(39)국장, 이행순(36).김민희(25)간사의 설명이다.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무역'은 제3세계 생산공동체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수입해 해당 지역 빈민들을 도우려는 것이다.

네팔.캄보디아.인도.방글라데시.태국.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8개국의 생산 공동체 26곳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을 지금까지 모두 8천여점(3천여만원어치) 들여와 아름다운 가게 서초점.홍대점.동대문점.동교점 등 매장 네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각국 고유의 천연 실크를 소재로 만든 손가방.의류.쿠션 등 패션생활용품과 친환경 소재로 만든 퍼즐.수첩.나무 조각품.주방용품 등 수공예품의 품목이 1천6백여가지나 된다.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공예품이다 보니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섬유 수출업체에서 10여년 근무하다 아름다운 무역을 맡고 있는 李국장은 "무역회사 근무 당시에는 어떻게든 물건값을 깎으려고 저임금 노동자들을 착취했던 악덕 수입업자였다"면서 "이제는 완전히 입장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李간사는 영국 버밍엄대에서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재원. 영국 유학 당시 암연구재단에서 운영하는 재활용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아름다운 가게에 합류했다.

막내 金간사는 지난해 말 대학 재학 중 아름다운 가게에 취업한 뒤 완벽한 외국어 실력으로 '아름다운 무역'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金간사는 "우리와 거래하는 방글라데시의 생산 공동체는 생계수단이 없는 전쟁 미망인들이 매춘 등으로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단체"라며 "제값을 주고 수입해와도 유통단계가 대폭 줄어들어 가격은 결코 비싸지 않다"며 '아름다운 무역'상품을 권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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