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무대 오르는 현대공연 두 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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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무용수 몸짓 표현보다 내면 끌어내는게 안무"
'저녁 기도' 안무 플라텔

-당신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전공했다. 정식으로 무용 교육을 받지 않았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연극과 무용을 했다. 취미요 재미였다. 그런데 당시 사회 분위기는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경향이 짙었다. 또한 대안적 공연 형태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어느날 내 집에서 하는 공연을 한 극장장이 와서 보고는 나를 공식 초청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당신의 전공이 작업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는가.

"나는 무용수는 보지 않는다. 그들의 내면과 심리에 관심을 둔다. 우선 툭 질문을 던진다. 6개월간의 작업 기간이라면 처음 두 달은 질문에 대한 무용수들의 즉흥적인 춤만이 난무한다. 그것을 통해 각각의 무용수들은 자신의 춤을 변호하고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환경'을 조성할 뿐이며 그것을 표현하고 찾아내는 건 무용수들의 몫이다."

-안느 테레사.빔 반데키부스.얀 파브르 등 내로라하는 현대 무용 안무가는 모두 벨기에 출신이다.

"벨기에는 유럽의 중간 교착지 역할을 수행한다. 각국의 문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페라나 발레 등 클래식 전통이 강하지 못하다. 압박감을 느끼지 못한 채 자유롭게 젊은이들이 새로운 예술 장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저녁 기도'엔 집단적인 자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몬테베르디의 종교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정신병자에 대한 얘기를 그린다. 극단적 종교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위가 등장한다. 나도 솔직히 다른 공연에서 그런 장면을 보면 불편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도 궁금하다."

"줄거리 뻔한 연극은 식상 수수께끼이자 모험돼야"
'헤이 걸!' 연출 카스텔루치

-당신의 연극은 대사가 별로 없다. 영상과 빛, 침묵과 소리가 뒤섞였다. 왜 그런가.

"언어가 아닌 이미지들은 빠르고 신속하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 A와 B를 더해 AB가 되는 건 흥미 없다. 새로운 C를 만들고 싶다."

-언어가 아닌 불명확한 이미지 때문에 당신 의도를 관객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 걱정되지 않는가.

"그래서 내 작품에서 관객은 더욱 중요하다. 연극은 알 수 없는 신비한 것을 찾아가는 수수께끼이며, 모험과 정열이다. 줄거리를 뻔히 알 수 있는 연극은 관객을 수동적으로 만들 뿐이다. 상상력을 동원해 관객 스스로 연극의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 관객의 적극적인 해석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므로, 관객에게 권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들의 진지한 동참을 요구한다."

-솔직히 당신이 이탈리아 출신이란 얘기를 듣고 놀랐다. 이탈리아는 관광.축구 등 낙천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한 나라에도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탈리아 북부는 남부에 비해 진지하고 심오하며 어두운 경향이 많다."

-'헤이 걸!'은 어떤 작품인가.

"샤넬 향수병 등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여러 소품이 등장한다. 그러나 관심은 그 안에 자리 잡은 한 여성의 내면이다. 부산하고 떠들썩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도시인들이 느끼는 고독을 침묵으로 드러내곤 한다. 엑스트라로 참여하는 40명의 한국 남성과의 작업도 기대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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