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조」 아가씨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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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구권에 자유의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무렵인 지난 90년 4월 체코의 주간지 『스베트브 오브라제흐』(화보세계)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북한의 김일성주석 78세 생일을 취재한 올레그 호물라기자의 「방북기」다.
호물라기자는 평양축전이 벌어지는 도중에 김 주석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김이 체코대표단을 의례상 방문하는 자리였는데,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김 주석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그보다 앞서 도착한 수행원들이 체코대표단에 물수건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손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악수를 한뒤 혹시라도 주석의 손에 세균이 옮겨질까봐 그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위생상의 고려는 예외가 없다는 부연설명까지 했다.
북한이 김일성주석의 건강문제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평양의 형제산기슭에 있는 「장수문제연구소」에는 3천여명의 의사·생물학자·영학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은 김의 폐·간·위·뇌 등 신체 분위별로 집중 연구,노쇠방지와 건강증진을 위해 심혈을 쏟고 있다.
따라서 김 주석과 면담이 예정된 사람이라도 이 연구소의 건강체크에 통과되지 않으면 면담이 취소된다.
그처럼 건강에 신경을 쓰는 올해 80세의 김일성주석에게 30세의 「젊은 마나님」과 다섯살된 딸이 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해 온통 화제가 되고 있다. 「젊은 마나님」은 무용수 출신으로 주석궁에 근무한 일이 있는 미모의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여러 자료를 보면 북한의 주석궁은 물론 김정일의 주변에는 젊고 아리따운 「여성복무원」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김 주석이 아직 「건강」을 자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전혀 낭설이 아닌 것도 같다.
얼마전 귀국한 북한의 전 외교관 고영환씨가 낸 『평양 25시』라는 책에 「기쁨조」 아가씨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중학교를 졸업한 16∼17세의 예쁜 처녀들을 전국에서 선발,김정일이 초대하는 북한 실력자들의 술자리에서 술시중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주량이 도량」이라고 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김정일은 이 술자리에서 흥이 나면 「기쁨조」 아가씨들에게 별난 행동을 다 시키는 모양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말이 남의 말 같지가 않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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