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오를 일 또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 대출 금리의 고공비행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며 '유동성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돈 가뭄'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돈줄을 죄면 은행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돼 이 비용의 일부를 고객의 대출금리에 얹을 수밖에 없게 된다.

22일 재정경제부는 최근 급증하는 은행채 발행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은행채에도 발행 분담금을 부과키로 했다. 애초 자본시장통합법 통과에 맞춰 부과하기로 했던 분담금을 앞당긴 것이다. 은행채 발행이 많이 늘면서 가뜩이나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는 자금 시장의 왜곡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내년부터는 은행채를 발행하려면 사전에 유가증권 발행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고 유가증권 발행분담금도 내야한다. 사실상 신고제로 바뀌는 셈이다. 지금까지 은행채 유가증권 발행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은행들은 자금이 필요하면 수시로 채권을 발행해 왔다. 특히 은행들은 최근 은행 예금이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빠져나가자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를 발행해 왔다. 이에 따라 CD금리가 단기간에 크게 올라 5.07%를 기록하고 있다. 2003년 3월 17일(5.06%) 이후 가장 높다. CD금리는 변동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동돼 있어 CD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나 국고채 금리도 CD금리만큼 크게 올랐다. 당분간 은행 대출 금리 상승세가 꺾이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최고 7.38%까지 올랐다.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되는 3년 고정금리는 최고 7.81%까지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이 크게 준 데다 7월부터 대출금액의 일부를 내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 요율까지 인상돼 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 요인이 많다"며 "당분간 은행 대출 금리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