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코앞인데 수도관 못 묻다니...

중앙일보

입력

“입주해도 물 못 먹는 거 아닐까. 화장실은 또 어떻게 쓰고?”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713-7번지 일대에서 개나리2차 고층(41ㆍ47평형 288가구)을 헐고 다시 짓고 있는 래미안역삼3차 재건축 아파트. 이 아파트는 48ㆍ56평형 288가구로 오는 7월께부터 집들이할 예정이다.

공사도 입주 시점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최근 예상치 못 한 일이 발생해 이 아파트의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재건축조합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

조합 “이 땅 강남구꺼 아니었어?”

그 이유는 뭘까. 이 아파트 주출입구와 연결된 폭 15m짜리 도로에서 땅을 파고 상ㆍ하수도관과 가스관 매설 작업을 하던 중 인근의 한 재건축 아파트가 그 땅이 자기들 땅이라며 공사를 못하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는 현재 상ㆍ하수도관과 가스관 매설 작업을 중단한 채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다. 조합원들은 자칫 입주해도 물을 못 먹는 거 아니냐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문제가 된 땅은 역삼동 713-13번지 일대의 폭 15m 길이 80m가량의 도로다. 이 도로는 개나리2차 저층(현재 역삼아이파크, 지난해 9월 입주)과 고층이 재건축 전부터 함께 주출입구로 사용해 오던 땅으로, 당시 땅 주인은 저층이었다.

그런데 저층 측은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를 조건으로 이 도로를 2004년 강남구청에 기부채납했다. 강남구청은 “이 도로는 이미 2004년 기부채납돼 실질적인 소유권은 강남구에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저층 측은 이제 와서 무슨 근거로 이 도로가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 걸까.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등기부등본을 정리해야 하는데 복잡한 권리관계 때문에 이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기부채납돼 실질적인 소유권은 강남구에 있지만 등기상으로는 아직 저층 땅이라는 얘기다. 저층 측도 등기 정리가 안 됐으니 기부채납 또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강남구 “등기 정리가 아직 안돼서…”

등기부상의 복잡한 권리관계도 문제지만 저층 측이 “이웃 단지들은 기부채납이 없는데 왜 우리만 기부채납을 해야 하느냐”며 기부채납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저층의 사업시행 인가 때 이 도로의 기부채납을 주도했던 당시 재건축조합장이 기부채납을 반대했던 조합원들의 반발 때문에 사임하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저층 측의 주장에 대해 강남구와 주변 단지들은 그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래미안역삼3차 조합 측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나서서 될 일도 아니고 나설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욱 답답하다”고 전했다.

강남구청은 법적 절차를 밟아 조속히 등기 정리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은 “이미 2004년 기부채납과 관련된 각종 서류 등을 접수시키고 이를 조건으로 재건축 사업을 했으면서 이제 와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유가 어찌 됐던 이미 2004년 실질적인 소유권이 구청에 넘어 온 만큼 조속히 등기 정리를 마쳐 다른 단지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강남구청과 래미안역삼3차 측은 7월 예정인 집들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등기 정리가 미뤄지고 저층 측이 물리적으로 수도관과 도시가스 매립 공사를 막는다면 자칫 입주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나리2차 저층(30ㆍ31평 300가구) 재건축 아파트인 역삼아이파크는 10평~54평형 541가구로, 지난해 9월 입주했다. 이 아파트 49평형은 현재 17억9000만원을 호가한다. 분양가는 9억9105만원(일반분양)이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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