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일본 기습 … 대학들 잇단 휴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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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어린아이들이 잘 걸리는 홍역이 일본 청소년과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이 여파로 휴교 또는 휴강에 들어가는 대학이 잇따르고 있다. 홍역 환자는 도쿄 등 수도권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으며 점점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 와세다대까지 휴교=와세다(早稻田)대는 상당수 학생이 홍역에 감염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21일 오후부터 29일까지 휴강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도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7개 캠퍼스 재학생 5만5000명이 대상이다. 아직 홍역이 발생하지 않은 기타큐슈(北九州) 등 일부 지역 캠퍼스는 제외됐다.

이에 앞서 도쿄의 조치(上智)대, 고마자와(駒澤)대, 세이케이(成蹊)대, 도호쿠가쿠인(東北學院)대, 니혼(日本)대 문리학부, 도쿄 공과대, 와코(和光)대 등도 학교별로 수십 명의 홍역 감염이 확인됨에 따라 1~2주일간 휴학에 돌입했다. 도쿄 도립 중.고 104개교에서도 모두 279명의 감염이 확인돼 9곳이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일본 국립감염연구소가 4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표본 조사를 한 결과 홍역 감염자 수는 지난해의 세 배가 넘었다.

◆ 예방접종 기피가 원인=일본 의료계는 홍역과 볼거리, 풍진 등 3종의 질병을 종합적으로 예방하는 백신인 MMR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기피한 것이 젊은 층에 홍역 유행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1989년 봄 MMR 종합 백신 접종이 도입됐지만 부작용으로 사망하거나 중증장애를 유발한 사례가 일어났다. 또 자폐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 이에 따라 93년까지 MMR 접종률이 저조했다. 그 이후에는 보건 당국이 철저히 접종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접종하지 않고 성장한 20대를 중심으로 홍역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홍역 퇴치 전국 소아과협의회' 측은 "철저한 접종이 이뤄지는 유아들이나 이미 면역이 생긴 중.노년층과 달리 청년층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협의회 측은 "이들은 사람을 많이 만나며 돌아다니고, 초기 증상이 있어도 감기로 생각하고 쉬지 않는 바람에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역에 걸린 젊은이들은 유아와 마찬가지로 섭씨 39도 이상의 고열과 발진이 1주일가량 계속된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홍역은 환자의 기침 등을 통해 감염된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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