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의 배신' 이정연, 사이베이스 골프서 다섯 번째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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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이 4라운드 16번 홀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실패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클리프턴 AP=연합뉴스]

비운의 여인이 또 울었다.

이정연(28)이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몬트클레어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2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역전패했다. 4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부진, 합계 15언더파가 된 이정연은 이날 4언더파를 친 오초아(18언더파)에게 3타 뒤졌다.

투어 6년차인 이정연은 이번까지 준우승은 다섯 차례 했지만 아직 우승이 없다. 지난해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선 줄리 잉크스터(미국)에게 4타 앞서다 막판 역전패했다. 지난주엔 1라운드에서 63타를 휘두르더니 마지막날엔 74타로 무너져 3위에 그쳤다.

우승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 걸까. 이정연은 "지키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지난주 실패에서 그걸 배웠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초아와 공동선두로 시작한 3라운드에선 65타를 치며 오초아를 2타 앞서기도 했다.

4라운드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불운했다. 2번 홀 두 번째 샷은 지나치게 정교했다. 공이 깃대에 맞고 그린 밖으로 튕겨 나가는 바람에 보기를 했다. 11번 홀에서 버디를 하더니 12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완벽한 아이언샷으로 내리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2~4m가량의 버디 퍼트 6개 중 홀에 들어간 공은 하나도 없었다. 이정연은 "3일 동안 그렇게 잘 들어갔는데, 오늘은 하나도 안 들어갔다"며 "퍼터가 배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샷은 좋았지만 스코어가 나지 않으니 우승할 때가 안 됐다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정연은 "지난주는 2라운드까지 잘했고, 이번 주는 3라운드까지 잘했으니 다음번에는 4라운드까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오초아는 너무 잘했다. 18언더파는 올 시즌 LPGA 투어 최저타 타이 기록이다.

6언더파를 몰아친 박세리(CJ)는 합계 9언더파로 3위에 올라 시즌 네 번째 '톱 10'에 들었고, 조령아(농수산홈쇼핑)는 6언더파 8위에 올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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