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이라는 국가,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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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선박에 의해 침몰된 한국의 골든로즈호 사건에 대한 한.중 정부의 대응이 가관이다. 사고가 난 지 10일이 가까워지나, 고작 벌어지고 있는 것은 실종자 시신을 찾기 위한 선체 수색뿐이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식의 중국 측 늑장 대응과, 이에 항의 한번 못하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한국 정부의 무기력증에 분노를 느낀다. 오죽했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중국에서 단식농성까지 했을지 그 심정이 이해된다.

사건 이후 중국 측의 해당 선박과 당국이 보여준 대응조치는 과연 중국이라는 국가가 21세기 문명세계의 일원인지 의구심을 던질 정도였다. '뺑소니'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고 치자.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것을 알았으면 어떤 식으로든지 사과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쌍방책임'이라는 등 적반하장 식으로 나왔다. 우리 정부에 늑장 통보한 것도 '뭐가 잘못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정부의 대응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 정부가 사고 지점이 영해라고 하자 구조선 파견을 중지한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영해라는 것도 중국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구조선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중국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처했는데 중국 당국의 말 한마디에 그렇게 순종할 수 있는 것인가. 미국에 보여준 이 정권의 '자존'은 어디로 갔는가.

그동안 이 정권은 '미국보다 중국과 좀 더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실제로 '해상 수색구조 협정' 등 한.중 간에는 긴밀한 채널이 있는 듯이 선전해 왔다. 그러나 그런 선전은 허상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일을 흐지부지 넘길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인식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외교는 짝사랑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선린(善隣)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과 군사력 강화로 점점 오만해질 중국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부는 진정 고민해야 한다.